성탄절이 다가옴을 느끼게 하는 풍속 중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있다. 구세군은 큰 길가에서 제복을 입고 종을 흔들며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끌어 남비를 채워 나간다. 냄비에 채워진 정성은 주위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제도가 개신교 선교단체에 운영되고 있음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다. 우리 천주교 신자들 사이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풍속 중에 사순절이 되면 부엌문 앞을 지키던 항아리가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자선 항아리'라 할 수 있을까? 어머니들이 밥을 지으실 때 식구들이 먹을 쌀을 준비하고는 끼니 때마다 꼭 주먹으로 한줌을 떼서 항아리에 담곤 하셨다.
그렇게 40일 동안 모인 쌀은 부활을 맞으면서 동네의 다른 교우들이 모든 쌀과 합쳐서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의 부엌에 소문없이 놓여지곤 했다. 이렇게 우리에겐 자선냄비보다 훨씬 훌륭한 자선 항아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항아리를 추억의 한편으로 묻어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때가 되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본당에서 실시하는 사회복지 2차 봉헌에 돈 몇푼 넣고 자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올 사순시기에는 자선 항아리를 부활시켜 보자. 아빠들은 담배나 술을 줄여 자선 항아리를 채우고, 어머니는 반찬값을 줄여 자선 항아리를 채우고 자녀들은 용돈을 줄여 자선 항아리를 채워 가족이 함께 채워가는 자선 항아리를 만들어 보자.
주님의 부활과 함께 자선 항아리를 부활시켜 굶주림에 고통 받는 이북 동포들과 나누고 또 거리로 내몰려 고통받는 우리의 이웃들과 나누는 진정한 십자가의 나눔을 실천해 보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