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화된 인터넷으로 자살 사이트를 방문하여 그 집단적 광기에 휩쓸려 자살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사회가 급격히 문명화되고 물질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니 혼란이 온다. 인간간의 관계에서 사랑은 고갈되고 깊은 허무의 바닥 속에서 가치의 부재를 겪게 되는 우리는 무규범의 상태에서 방황하게 된다.
정신 세계가 황폐해진 무질서 속에서 이러한 아노미적인 자살이 증가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허나 죽음이란 새로운 삶으로 가는 여정 위의 쉼표일 뿐, 죽음이 결코 삶의 마침표는 아닌데, 그토록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
인간으로 태어나는 권리를 누렸듯이 삶을 끝까지 살아 내어야 하는 의무, 그것의 의미와 목적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할 때 우리는 절망의 낭떠러지 앞에서 문득 죽음에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때로 우리가 망망한 대해에서 홀로임을 느낄 때 죽음은 향긋한 향기를 내뿜으며 가까이 오라오라 손짓한다. 요정 사이렌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어서 빨리 섬에 오르라고 노래부른다. 그 섬은 환상의 섬, 신비로운 기적으로 가득 차 있다고.
그 섬을 바라보며 잘 살아간다는 말과 잘 죽어간다는 말의 의미를 겸허 하게 되새겨 본다. 우리가 무서운 소용돌이 앞에서 굴복하지 않을 때 삶은 경건해 진다.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또 다른 출구로 향하는 등대를 찾아내는 반항을 시도할 때 그리고 그 반항이 끊임없이 되풀이될 때 인간의 존귀함은 빛이 나리라.
제아무리 무자비한 발길질이 가해진다해도 아담과 이브가 에덴의 동쪽으로 쫓겨날 적에 고통과 비애는 이미 뒤따라 왔던 것. 이들의 무늬가 필연적으로 수 놓여진 우리의 삶도 손에는 희망의 방패를 들고 머리 위에는 존엄의 관을 높이 쓰고서 그 누구의 침범도 허락하지 않으리라. 나의 절망도 아직은 미완, 굴복을 원치 않는 나는 우주의 섭리가 나를 부를 때까지 그 질긴 저항을 포기하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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