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7월 28일,우리는 앞으로 10박 11일간의 여정으로 메쥬고리예 성모님발현지 순례길에 오르는 첫 비행기에 탑승했다. 약 11시간의 비행끝에 로마에 도착, 1박하고 다음날 오후 비행기로 한시간 거리인 크로아티아공화국의 스플릿에 내려 아드리안해를 끼고 버스로 세시간여를 달려 메쥬고리예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메쥬고리예는 마치 잠자는 듯, 원래는 매우 침체된 지역으로 아주 작은 시골 벽지였으나, 1981년 6월 24일부터 지금까지 성모님의 발현이 매일 계속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순례지가 되었다.
청주교구 강서동본당주임 서정혁 프란치스코신부님을 지도신부님으로 모시고 29일 밤늦게 메쥬고리예에 도착한 우리일행 30명은 30일 하룻동안 선견자 비즈카접견과 발현산, 십자가산 순례를 갖고 31일부터 1주일간 계속된 세계 젊은이 기도모임에 참가했다.
이 모임에는 6일동안 세계각지에서 5만명 이상의 젊은이들 및 순례자들이 모여들었는데 한국에서는 우리일행외 남양 성모성지책임자이신 이상각신부님이 20여명을, 그리고 서울 대치동본당 보좌신부님이 20여명 등을 인솔해 참석하셨다. 그리고 매일 오후 7시에 봉헌된 야외미사는 200명이 넘는 사제들이 공동집전했다.
연일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때론 42도까지 치솟는 100년만에 찾아온 그곳의 무더위속에서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또 오후 4시부터 8시 반까지, 그리고 밤 10시반부터 한시간의 성시간등 매일 되풀이되는 기도와 찬미, 율동, 강의, 로사리오기도, 미사등에 모두들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참으로 경이롭게 느껴진 것은 어쩌면 20~30대의 젊은이들이 저토록 엄청나게 몰려와 그토록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열아래서도 자발적이고 아주 즐겁고 기쁜 표정들로 시종일관 참여하는 그 원인이 무엇일까하는 것이었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어디에서나 보게되는 하늘과 구름이지만 메쥬고리예에서 바라본 그 모습은 더욱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성모님 때문이었다. 아마도 천국이 가까이 느껴진 탓인지 모른다. 오후 6시부터 진행되는 로사리오 기도중 6시 40분이면 지금도 성모님께서 매일 발현하신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십자가산, 느릿느릿하게 지는 저녁노을 속의 거룩한 미사, 넓은 마을로 퍼져나가는 웅장한 오르간소리, 그리고 이따금 들려오는 새소리와 저녁 종소리, 성체현시. 이 모든 것들이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유럽 각국에서 오신 영성신학자 신부님들의 휼륭한 강의와 회개하여 변화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체험담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을 결심하는 자극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한스 부오프신부님의 성령에 대한 강의는 성령이 누구이시며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인가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분께 마음을 활짝 열도록 이끌어 주셨다.
매일 한명씩 성모님의 발현을 체험한 선견자들의 증언은 매우 중요한 성모님의 다섯가지 메시지를 새삼 깊이 깨닫고 꼭 실천하도록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매일 미사참례와 성서봉독, 매일 로사리오기도 15단 바치기, 한주간에 이틀의 단식, 그리고 잦은 고해성사 등이었다. 또 다락방 공동체를 창설한 엘비라수녀님이나 17년전 성모님 초창기 발현당시 성야고보본당주임이셨던 요조신부님의 강의는 불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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