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학교 선생님이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 교정에서 스스로 목을 매 생을 마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유서대로라면, 위기에 처한 교육의 현실을 고발하여 사회에 일대 경종을 울리기 위함인 듯하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교육이 뭐라고 하나뿐인 목숨까지 버린단 말인가? 정 싫다면 침이라도 뱉고 떠나버리면 될 것이 아닌가? 그렇다. 그게 바로 혈기(血氣)일 터이다. 순수한 열정(熱情)이며, 또한 에너지일 터이다.
문화의 발전사(發展史)는 바로 젊은 혈기의 도전사(挑戰史)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거개의 개혁(改革)은 한결같이 젊은 열성의 산물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교육개혁을 부르짖는 이 시점에서 젊은 혈기 하나가 용약(勇躍)하기는 커녕 귀중한 생을 포기해야 할 만큼의 좌절감을 맛보았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경제논리도 좋고, 개혁도 좋다. 문제는 그러한 일련의 시책이나 방법들이 인간 존중이라는 정신적 가치 위에서 추진되고 있는가 하는 데에 있다. 교단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따뜻한 사랑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규범과 예절이 살아있어야 할 곳이다.
그럼에도,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더 이상 배겨날 수가 없도록 오늘날의 교단이 황폐화의 길을 걷고 있다면, 이 이상 심각한 문제가 또 어디에 있을 수가 있겠는가? 아무리 사회가 바뀌어도, 우리가 바라는 삶은 서로 존중하고, 아껴주며, 다같이 정으로 뭉쳐 사는 인간적인 삶이라야 할 것이다.
똑똑하고 영악스러운 아이보다는,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무던한 아이에게 더 정이 가는 까닭을 다시한번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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