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21세기를 무한경쟁시대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무엇으로 다른 나라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국토가 넓은 것도 아니고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며 다른 나라에서 빚까지 지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내세워야할 것은 인적자원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일이 되면 곧 인구 1억에 달할 소중한 인적자원이 우리의 힘이요 희망이라 하겠다. 다행인 것은 세계 어느 민족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영리하고 착하며 야무지고도 끈기있는「한 민족」이기에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하겠다. 문제는 훌륭한 자질을 물려받고 태어난 우리의 청소년들을 어떻게 교육하느냐가 미래를 좌우하는 관건인 것이다.
사람이 갖추고 있는 능력 중의 하나인 신체운동능력(PQ)은 힘이 지배하던 고대「정글 사회」에서 중시되어왔고 근대 산업사회의「룰 사회」에서는 지적인 능력(IQ)이 중시되었다.
그 때문에 인류는 근 백여년간 인간의 지적능력 개발에 열중해왔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학진학을 위해 「족집게 과외」와 같은 희한한 일로 대학 총장이 물러나는 웃지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IQ중심 교육의 성과로 어디를 가나 똑똑하고 열악한 사람들로 넘실대고 있어 착한 사람은 도무지 발붙일 곳이 없어져 가고 있다. 세상은 풍요로워지고 편리해졌지만 결코 행복이 커진 것은 아니다. 지는 사람, 양보하는 사람, 희생하려는 사람이 적어져 우리 사회가 축복보다는 저주받은 사회가 되었다. 이제 인류는 교육을 통한 인간능력개발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미 시작되고 있다. 즉 IQ중심 교육에서 EQ중심 교육으로 교육의 방향이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소유보다는 인간 삶의 질을 가치롭게 여기는 미래의「하모니 사회」는 조화(調和)가 우선하는 정의적 능력(EQ)이 개인은 물론 인류 사회 발전과 행복의 요소가 되겠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래 사회에 강조되는 EQ가 높은 민족이 바로 우리 겨레인 것이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과 비합리와 조화의 사상에 익숙한 장점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는 우리나라가 낙제점을 받아왔지만 21세기 미래는 매우 유리하리라는 것이 식자들의 공론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고등 종교인이 더더욱 유리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나」보다는 「너」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 자기를 통제하고 기꺼이 봉사와 희생의 삶을 자연스럽게 훈련받는 생활, 더불어 사는 「존재」의 가치를 높이 여기고 인간의 내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능력은 성경 속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으며 교회에서의 신앙생활을 통해서 체득되고 성장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 사회에서는 신앙인이 사회 모든 분야의 지도자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신앙인이 당연히 EQ가 높고 EQ가 높은 사람이 창의력도 우수하며 성취동기가 강해 공부도 더 잘한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교회가 청소년들의 신앙교육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세기사적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생각된다. 자녀에게 신앙생활의 기쁨을 체험시키고 교육시키는 일은 학원 과외나 대학교육보다 훨씬 다급하고 중요하며 자녀와 나라의 운명을 행복하게 이끄는 첩경이다.
서구 여러 나라들에 비하면 한국은 가톨릭 신생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근 백여년 모진 박해 시대를 거치면서도 밟히면 더 싱싱하게 일어서는 잡초처럼 강인하게 뿌리를 내려 왔으며 후반 백여년은 식민 통치와 참혹한 전쟁, 민주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갈등의 시대를 거치면서 숱한 탄압을 받아왔지만 묵묵히 성장해 오늘날 신앙의 자유와 400만 신자를 갖게 됐다. 또한 7개의 신학교에 사제성소가 넘치고 있다. 참으로 오묘한 하느님의 섭리라 여겨진다. 21세기 세계 정신문명을 이끌고 갈 책임을 한국교회에 맡기시기 위해 시련과 고통을 주어 훈련시키신 하느님의 뜻이기에 가슴 벅찬 것이다. 2천년 대희년을 앞둔 우리 교회는 선교와 청소년 신앙교육에 가일층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주님을 위해 죽음을 각오한 선조들의 「순교정신」이면 못 이룰 일이 없다.
이땅을 제2의 가톨릭 종주국으로 만들어 세계 정신문화사에 우뚝 선 한국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바쳐야 할 소명을 이 시대 우리들이 받고 있음을 자각하자. 세계의 미래가 한국교회에 달려 있음을 깨닫자. 무한한 자원은 인간의 마음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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