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의 교구묘지가 만장상태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본사가 위령성월을 맞아 각 교구 묘지현황을 종합한 결과로 신자들이 사후 묻힐 곳이 없어 사설 묘원을 택하고 있다는 보도다.
묘역 추가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나 지역주민의 강력한 반발과 민원제기로 어려움에 처한 교구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보도를 접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본다. 바로 장묘문화 개선에 우리 교회를 비롯한 종교계가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 그것이다.
가톨릭교회는 그동안 신자들에게 사후 매장을 권장해왔으나 유일한 방법으로 단정하지는 않았으며 화장을 묵인하거나 허락해왔다. 다만 무분별한 화장 남용으로 신앙을 저해하는 악한 표양이 되지 않는다면 사목적 판단으로 조심스럽게 실행해 줄 것을 권유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1990년 주교회의 추계정기총회에서 시한부 묘지제도 즉 납골당식 묘지조성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그것은 매장을 권장해오던 가톨릭교회가 우리나라의 극심한 묘지난 해결에 앞장서는 단안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때 주교단은 『화장제도는 교리상이나 교회 법적으로도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고 밝히고, 지금까지 화장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은 것은 화장이 교리에 위배되기 때문이 아니라 지역적 여건을 고려한 사목적 판단 때문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1997년 1월에는 서울대교구 최창무주교와 10명의 사제들이 장기일체를 기증하겠다는 등록과 함께 미리 써놓은 유서를 통해 사후에 반드시 화장을 해서 원하는 곳에 유골을 뿌려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다시 한 번 교회 안팎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교회지도층의 움직임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묘지난 해소에 앞장서는 한편 죽어서까지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사실 교회법에도 「교회는 죽은 이들의 몸을 땅에 묻는 경건한 관습을 보존하기를 간곡히 권장한다. 다만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반대하는 이유 때문에 화장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면, 화장을 금하지 않는다」(제 1176조 3항)고 명시돼 있다.
다시 한 번 교회당국이 묘지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해본다. 묘지관리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의식개혁에도 앞장서주길 바란다. 아직도 매장 선호계층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