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사람의 인품과 말을 믿지 않는 경향이 심한 정도를 넘어, 아예 불신 풍조가 우선되는 경우가 있어서 서글퍼질 때가 많다. 때로는 국민 대 정부, 사람과 사람, 심지어 부모 자식 간에도 믿지를 못해서 일어나는 가슴 아픈 해프닝을 신문, 방송을 통해 보고 듣는다. 신뢰가 허물어진 뒤에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처음에는 놀라고 분노하고 흥분하지만, 그 회수가 잦아지면 점점 무감각해지다가 결국은 함께 그 늪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만다.
나는 40대까지도 『그 말을 다 믿었어?』하는 말을 종종 들을 정도로 남의 말을 잘 믿었다. 그래서 큰 손해도 보았고, 장난 삼아 한 말까지 믿어 놀림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믿었던 것을 후회하거나 『앞으로는 남의 말은 믿지 말아야지』 하고 스스로 다짐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요즈음의 나는 걸핏하면 『이 말을 믿어도 될까…』 의심하여 갈등에 휘말리기 일쑤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꽤 오래된 것 같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불신의 균이 내 몸 속에 들어와 그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으로 보고 결과가 뻔한데도 사람들이 믿지 않을 만큼 불신이 골수에 박혔다』고 탄식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서늘한 얘기다. 그 서늘한 가슴에 예수님께서 열 두 제자의 한 사람이었던 토마에게 한 말씀을 담아 본다. 『토마야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나를 보지 않고 믿는 자는 복되도다』
의심의 물꼬는 자칫하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게 하여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고통을 빚어낸다. 비단 영적인 생활이 아니더라도 우리 생활에 믿음이 없다면 그야말로 암흑 속의 사막을 걷는 것처럼 암담하고 처절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분을 믿고 따르며 의지하는 우리 그리스도교인들! 우리가 먼저 서로 믿고 인정해 주는 삶을 가꾸어 불신의 벽을 허무는데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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