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인 가을이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필자가 근무하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는 도-농 한마당 잔치를 개최(올해는 평협 주최)하였다. 그 전경은 참으로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산지에서 막 올라온 싱싱한 농산물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내음, 그 농산물 재배에 온갖 정성을 쏟은 농부들의 구릿빛 얼굴, 농부들의 정성에 고마워하며 생명의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우리 신자들의 흐뭇한 미소, 이 모두를 포근히 감싸 안으시며 웃으시는 것만 같은 하느님의 손길까지 느껴지는 전경이었다. 생명의 문화가 정착되는 순간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농산물 장터를 돌아보고 있던 중 한 곳에서 필자의 감동에 찬물을 끼얹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농산물 왜 이렇게 비싸요?』하는 한 소비자의 따지는 소리가 내 귀에 울려왔고, 돌아보는 판매터 마다 많은 이들이 같은 물음을 계속하고 있었다. 물론 소비자로서 보다 싸고 좋은 물건을 사려고 하는 욕심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소비자들의 가치기준이 경제적 가치로 모든 것을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힘이 쭉 빠지고 말았다.
모든 것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현실에서 생명의 문화를 이루어 내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경제적 가치로 움직여지는 세상을 보자. 얼마나 냉혹하고 참담한가! 농약에 찌들린 먹을거리, 숨쉬기도 힘들게 오염된 공기, 마실물 조차 부족한 현실이 이를 입증하지 않는가! 우리의 가치 기준을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의 가치」로 바꾸어 보면 세상은 달라 보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선하고 좋은 것은 「생명」을 살리는 데 있는 것이라는 점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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