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가톨릭 의과 대학 마리아 홀에서는 「헌안.장기기증자 가족모임」이 있었다.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자신의 몸을 타인에게 내어주고자 하는 이들의 모임이었다. 필자는 주최측으로 네 번째 이 행사에 참여하였다. 그러나, 다른 모든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는 필자지만, 이 모임을 주최할 때만큼은 소극적이 된다.
그 이유는 3년전 본부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작성해 놓은 필자의 장기기증 등록서류가 아직도 책상서랍에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장기기증에 대한 문의 전화가 오면 잘 설명하고, 또 타인에게 권하기도 하지만, 정작 필자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자신을 내어주기에는 욕심이 큰가보다. 소경에게 빛을 주고 병자를 치유해 주셨던 그리스도께서 마지막 순간에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자신의 몸까지 내어 주셨던 그 행위를 미사 때마다 묵상하지만, 그 행위를 몸으로 실천하려는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가버리는 자신을 볼 때 아직도 미성숙한 신앙인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지난 행사 때 강연하신 김대군 신부님의 말씀 속에서 필자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른다고 하면서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려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분께 의탁하며 그분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점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필자는 깊은 묵상을 통해서 병자와 소경을 치유해주시고 생명의 빛을 주셨던 그 분의 모습을 따라 살 것을 결심하고자 한다. 그리고 내일은 오랫동안 책상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장기기증 등록서류에 싸인을 할 것이다. 부족하지만, 이 생명의 나눔을 통해서 큰 기쁨을 얻을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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