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애석한 일이다. 소방사상 최악의 소방관 6명이 순직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지난 4일 새벽 서울 홍제동 주택가에서 일어난 「화재참사」는 전국민을 비통하게 했다.
불과 싸우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구하는 소방관들의 살신성인의 모습에 우리 모두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소방관의 본분이 인명구조라지만 이들의 순직은 내몫만을 찾는 목소리가 커진 각박한 세태에 던져준 경종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단 한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불길속으로 뛰어들었던 그들의 숭고하고 투철한 사명감에 고개가 숙여진다. 순직 소방관 중에는 결혼을 일주일 앞둔 소방관이 있는가 하면 결혼을 미룬 채칠순 노모를 모시고 살던 소방관도 있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30대 시퍼런 청춘이 대부분인 그들이 그토록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몰랐던 우리들이 아닌가. 전국 2만3000여명의 소방관들은 박봉에다 주당 1백여 시간을 근무하며 연간 3만4000여건씩 일어 나는 화재현장에서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지만 불평않고 묵묵히 그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공무원이다.
1995년 이래 화재,구조, 구급 현장에서 모두 38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7백35명이 부상했다. 큰 부상을 당해봐도 의료혜택도 시원찮다. 전문병원마저 없다. 1~8급 체제인 소방공무원의 초봉은 기본급 52만9천6백원. 죽음을 무릅쓴 위험수당은 2만원이다. 이런 열악한 근무 환경이기에 이번 순직자들의 살신성인 정신은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소방관계자들은 이번 참사후 "하루 10건 이상 출동하는 직원들에 대해 3교대 근무제도를 시행, 주당 56시간 근무로 자신의 가정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그리고 무전기가 부착된 헬멧과 방열복. 방수복 등 개인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개선돼야 한다. 이번 소방관들의 희생은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성찰하게 한다. 소방관의 순직기사와 더불어 보도된 전 대우그룹 총수의 은닉 부동산 공개는 우리를 분노케한다. 재벌 총수의 탐욕이 더욱 추악해 보이는 것은 박봉과 험한 근무여건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미관말직인 그들의 희생과 소명의식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순직소방관들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남은 자들의 탐욕을 꾸짓고 있다. 이번 소방관들의 순직을 계기로 공직사회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 구성원들이 과연 우리들에게 주어진 일이나마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진정으로 반성하라는 일깨움으로 받아들여야 겠다. 희생자들의 영혼이나마 재난과 고통이 없는 세상, 하느님 품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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