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가톨릭 관련 내용들이 교회와 신앙의 가장 기본적인 용어들조차 잘못 사용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오래 전부터 가톨릭 교회가 누차 지적한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게 자주 지적된 내용들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교육부 검정을 거쳐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들 안에 수록된 내용은 이러한 지적들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면죄부」의 건만 해도 그렇다. 이는 중세 서양과 종교개혁 당시에 대한 역사 서술 자체가 당시 교회의 부패상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면죄부」는 가톨릭 교회에서 말하는 「대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당시의 상황을 논할 때 「대사」가 갖는 종교적 의미를 반드시 별도 해설해주어야만 올바른 이해가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면죄부」라는 용어를 아무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가톨릭 교회의 신앙적인 관점을 일반 교과서에 전적 으로 수용하기를 바라는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다종교, 다원주의 사회라는 점에서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다만 의도적인 왜곡이나 편향된 시각, 안일한 역사 서술이나 엄정한 편수 과정을 거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서는 반드시 수정 되고 개정돼야 한다는 점은 반드시 지적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가톨릭 교육 관련 단체나 주교회의 산하 교육 관련 기구들을 중심으로 교과서 편찬 때마다 그 내용을 검토하고 오류를 수정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고등학교 교육은 국민 기초교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기에 배우는 역사와 교양은 평생 동안 그 사람의 기초적인 소양을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신자 학생들의 경우 교회에서 가르치는 바와 일반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상당한 편차를 갖고 있을 때 이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신앙 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 교회가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했던 내용들이 얼마나 충실하게 교과서 편찬에 반영되어왔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아직까지 적절하게 수정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올바른 내용으로 바뀔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역사 교육 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분야의 교과서도 이 기회에 전면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생명 문제만 해도 생명의 존엄성을 양보 할 수 없는 가치로 간주하는 교회의 가르침과 상치된 내용들이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은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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