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새천년에 들어선지도 벌써 3월달이다. 새해 들어 어떻게든 한번 잘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결심을 했을 것이다. 새천년 두달을 보낸 지금 그 결심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한번 점검해볼 일이다.
지난 2월 28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시기에 들어섰다. 재의 수요일에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하면서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다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결심들을 지금 얼마만큼 잘 지키고 있는지, 그리고 신앙인답게 얼마만큼 살고 있는지를 되돌아 보는 것도 사순시기를 사는 신앙인으로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행복한 착각
어떤 자매가 처음 찾은 동네에서 일방통행 길을 역운전하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잘못 들어왔다고 느낀 자매는 빨리 이 골목길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차해 놓은 차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서 운전했다.
거의 골목 끝에 다달았을 때 반대편에서 차 한 대가 진입했다. 하지만 반대편 차가 잠시 멈추거나 길을 열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동안의 행복한 착각이었다. 일방통행 길에 진입한 반대편 차는 정말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오다 이 자매의 차 앞에 급정거했다. 그리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 자매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연신 미안 하다는 표시로 손을 들고 연신 머리를 꾸벅거리며 양보를 부탁했다. 그 때 반대편 차 운전자가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차 뒤로 빼』. 그리고는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런 말까지 하면서….
당황한 이 자매는 차에서 내려 불과 20여m 밖에 안 남았으니 양해해 달라고 사정했다. 그런데도 큰 잘못을 지은 죄인 추궁 하듯 고함소리와 손가락이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
그 순간 반대편 차안을 들여다 본 자매는 놀라움과 부끄러움, 그리고 허탈한 마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로 되돌아 와 어렵게 먼 길을 뒤로 후진했다. 그 반대편 차 안에는 십자고상과 함께 염주 크기만한 묵주가 걸려있었다. 더군다나 허공을 휘젓던 손가락엔 금빛 찬란한 묵주반지가 끼여 있었던 것이다.
소설 같은 이 이야기는 우리가 종종 겪는 웃지 못할 가슴아픈 이야기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접촉사고로 서로 멱살잡이를 하며 신나게 싸운 뒤 알고보니 같은 천주교 신자였다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어왔을 것이다.
남은 자가 되길
본보 창간 70주년을 맞아 실시 한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조사 결과 응답자 10명중 4명(43.8%)이 「교회를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신자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실망」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각 교구, 본당에서 신자 한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가두선교 또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신자 수는 증가하는데 주일미사 때 성당자리는 왜 그렇게 많이 비어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새 신자 증가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기존 신자가 교회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천주교 신자인 우리가 먼저 신앙인답게 사는 것이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 우리의 신앙은 수많은 순교자들이 죽음으로써 지키고 물려준 신앙이기에 더욱 값진 것이다.
그래서 「천주교 신자가 더 해」라는 말이 비신자들보다 더 못하다는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천주교 신자가 더 잘 해」라는 좋은 의미로 쓰여지기를 이 사순절에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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