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대희년을 은총 속에서 마치고 새로운 천년을 여는 우리에게 다시 회개와 참회의 시기인 사순절이 돌아왔다.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에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깊은 참회를 한다.
사순시기는 인간을 향해 악을 버리고 선의 근원으로 돌아오라는 하느님의 초대이다. 현대 세계는 선과 악, 거짓과 진리의 분별을 어렵게 하는 혼란의 시기이다. 우리는 곧잘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진리에 바탕을 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더군다나 그처럼 진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깨닫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하느님의 진리는 무엇보다도 사랑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랑은 종교와 민족, 인종과 계층을 막론하고 진리의 가장 바탕을 이루는 이상이다. 성서를 통해 하느님은 입으로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가르쳤다. 몸으로 하는 사랑, 삶을 통해 실천하는 사랑이 참된 사랑이라고 사도들에게 일러주었던 것이다.
사순시기는 죄를 참회하고 악의 경향에서 진리를 따르는 삶의 전환을 집중적으로 시도하는 때이다. 내가 그 동안 하느님의 계명에 어긋남이 없었는지, 이웃을 사랑하고 복음에 따라 살았는지를 반성하는 때이다. 하지만 사순시기는 죄의식에 매여 땅을 치고 회를 뿌리기만 하는 때는 아니다. 사순시기의 참된 의미는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가 죽음을 이기고 승리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엄청난 기쁨과 환희를 준비하는 시기이며 죽음 속에 이미 숨어있는 생명을 기다리는 때이다.
올해 사순절은 참으로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선 새로운 천년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첫 사순절이라는 의미에서 그러 하다. 또 몇 년 동안 우리나라와 사회를 억누르던 경제 위기가 또다시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때라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은 권력 다툼과 이기심,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힘들고 고단한 이웃들을 돌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신앙인들은 어떤지도 생각해봄직하다. 과연 우리들은 사랑에 입각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이웃을 돌보는 일은 믿는 이들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참회하고 회개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문을 여는 때가 사순 시기이다. 회개는 구체적인 삶의 전환으로 이어져야 하며 그것은 사랑의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 사순시기를 맞아 교회 안에서는 교구 및 본당 차원에서 다양한 자선과 나눔 실천운동이 실시된다. 작고 미미할지라도 항상 이웃을 생각 하고 어렵다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하면서 사랑의 실천에 적극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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