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주님 봉헌축일은 제5회 봉헌생활의 날이다. 봉헌생활의 날은 수도생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수도성소를 육성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제정됐다.
1997년부터 특별히 시행되고 있는 봉헌생활의 날은 봉헌생활이 교회 안에서 갖는 중요성을 모든 교회 구성원들에게 확인시키고 특히 봉헌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이 자신들의 교회와 세상안에서의 역할을 새롭게 하도록 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봉헌생활의 날을 맞아 우리 현실을 살펴보자. 새 천년기, 새로운 세기에 접어든 한국사회는 물질주의에 젖어 나날이 정신적 가치가 힘을 잃고 있는 가운데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 교회도 물질적,세속적 힘에 둘러싸여 그 정신적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신적,영적 가치를 증거해야 할 수도자들의 역할이 가장 필요한 때이다. 이같이 바람직하지 못한 교회와 사회현실은 수도생활의 쇄신을 통한 수도자의 정체성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교회 쇄신과 사회 개혁을 위한 수도자의 역할이 시급한 것이다. 수도자야 말로 교회 역사상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언제나 쇄신의 원천이요 출발점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수도자가 참으로 세상과 교회를 위한 수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먼저 각 수도회는 창립 당시의 카리스마에 따라 수도자의 활동 사도직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선교지역이라는 이유로 이뤄진 수녀회의 획일적인 본당활동은 재고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자의 봉사는 제도적이고 교계적인 차원을 넘어 교회의 공식 수단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영역까지 넓혀져야 한다는 지적에 모두가 귀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수도자의 위치는 제도적이고 교계적인 곳에 있지 않고 카리스마적인 데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회현실이 이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회는, 특히 교회의 수도 공동체는 비록 그것이 자선을 위한 봉사기관일지라도 사회적 세력과 권위를 누리는 기업 형태의 기관으로 발전시키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언도 새겨볼 말이다. 기업 형태의 거대한 기관은 쉽게 실적을 앞세움으로써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복음선포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회의 봉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서로 섬기고 사랑해야 하는지를 깨우쳐 주는 데 일차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교황 바오로 6세는 봉헌생활 같은 구체적인 표징이 없을 때 교회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랑은 식어지고, 복음이 전하는 구원의 역설은 무디어지며, 세속화로 치닫고 있는 세상에서 신앙의 소금은 그 맛을 잃게 될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우리 모두 이 말씀을 통해 봉헌생활의 날 제정 취지를 묵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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