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허용하는 악법으로 비난받아 온 모자보건법의 폐지를 위한 청원서가 국회에 제출됐다. 주교들과 신자 국회의원들, 그리고 123만여명에 달하는 서명부와 함께 폐지 청원서가 제출됨으로써 이제 모자보건법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교회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단 한 발자국도 뒤로 물러날 수 없다. 근본적인 가치가 무너졌을 때 그것은 모든 사회악의 원인이 된다. 가장 미약하고 무력한 태아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일이 사회 안에 당연시되고 만연돼 있을 때 사회의 양심이 무디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모자보건법은 애당초 악법이었다. 국가 경제가 사회의 모든 가치를 압도하던 70년대 제정된 이 법은 한마디로 '가족계획법' 이었다. 그리고 이 가족계획사업의 핵심은 태아 살인, 즉 낙태의 합법성 부여였다.
형법상 원칙적으로 금지된 낙태를 모자보건법이라는 특별법을 통해 예외조항을 두어 허용하고 더군다나 그 허용 조건이라는 것이 얼마든지 임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대단히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실질적 으로는 낙태를 정당화할 수 있는 도구로 작용 하도록 했다.
교회는 원래부터 피임과 낙태를 살인죄로 단죄하고 처벌과 파문을 선고했다. 18세기 후반부터 피임이 인구조절의 방편으로 만연되자 교회는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의 품위, 그리고 사랑의 근본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이를 해치는 모든 행위를 규탄해왔다.
교회법은 『낙태를 행하여 그 효과를 얻는 사람은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제1389조)고 규정함으로써 낙태를 행하는 어머니뿐 아니라 낙태를 강요하거나 시술하는 사람 모두를 엄중하게 다스리고 있다. 교회는 또 인간 생명이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순간부터 인간 존재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따라서 태아는 수태의 순간부터 엄중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전통 교리를 고수하고 있다.
청원서가 제출된 것으로 폐지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낙태가 얼마나 엄중한 죄악이고 사회악인지에 대해서 철저한 인식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이다. 신자건 비신자건 큰 양심의 가책 없이 낙태를 행하곤 한다.
따라서 모자보건법의 폐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주교회의와 신자 국회의원들은 나름대로 이러한 작업을 위한 세미나나 공청회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스스로가 먼저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고 나아가 우리 가정과 이웃, 사회에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려는 노력들을 우리 신자들부터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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