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성인이 다 된 딸아이 안젤라가 초등학교 2학년 봄 경 노란색의 작고 예쁜 병아리 한 마리를 2백원에 구입했다며 집으로 가지고 와 방안에서 며칠 키운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연약한 병아리가 뾰족한 핀 한 개를 모이로 알고 그만 쪼아 삼켜 버리는 바람에 급히 동네 동물 병원을 찾아갔다. 엑스레이 촬영 후 핀을 제거하는 데 성공은 했으나 수의사도 동물병원 운영 반평생동안 병아리 수술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수술이 멋지게 되어 다행이라며 파안대소했다.
더 재밌는 것은 엑스레이 촬영비가 7천원이고 수술비가 따로 8천원이라는 사실이었다.
기뻐하는 안젤라의 모습을 보고 스스럼없이 구입가격의 몇 십배가 넘는 거금(?) 1만5 천원을 지불하고 돌아왔으나 안젤라의 정성도 외면한 채 병아리는 그날 밤 숨을 거두고 말았고 안젤라는 동네 약수터 부근 양지 바른 산자락에 고이 묻어 주었다.
한주먹도 안되는 연약한 미물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정, 어린 딸아이의 이 철없는 행 동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의 무한한 가치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자처했던 나 자신, 외롭고 힘들어 하는 이들을 위해 손목 한번 다정하게 내밀어 본 적은 있었는지. 굳은 고목나무처럼 거만하게 버티고 한웅큼의 정도 베풀지 못하고 세월만 흘려보냈던 후회스런 시절들을 생각해 보았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이웃이 굶어 쓰러져 감은 우리들이 움켜쥐고 나누어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틈만 나면 기도하셨다.
정녕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곱게 살아가는 모습일지 그 누구도 규정지을 수 없겠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작은 관심이라도 주고 받으며 살 수 있다면 이 사회는 포근 히 정 붙이고 살만한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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