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들이 지켜야 할 몇가지 예의 중에 취중에 있었던 일에 뒷말하지 않기가 있다. 이 조항은 나도 꽤 동의하는 바이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되어 있는 유흥문화, 그 흥청거림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 어느 지역이든 한국인이 있는 곳엔 먹자골목부터 들어서고 몰려드는 인파에 그 거리는 언제나 포화상태이다.
한민족의 특징으로 가무음주를 즐긴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니 우리의 이런 습성은 오랜 전통과 유서 깊은 내력에 기초한 것으로써 한 시절 사회병리현상만은 아닌듯 하다. 누가 술 마시고 노는 것을 탓하랴. 그러나 때와 장소를 모르고, 제 분수를 모르고, 그저 술판만 벌어지면 이성을 잃고 마는 우리의 가무음주 습관이 딱하다.
무심코 어울린 술자리가 세인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여론의 집단구타(?)가 가해질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사건을 우리 국민 모두가 경험했다. 하필이면 그날 그 자리에 가게 된 이들, 다행히도 그곳에 갈 처지가 아니었던 이들 그리고 어디에 있든 주목받을 이유가 없어서 사회적 유죄판결로부터 그럭저럭 자유로운 사람들 모두, 그 때 일을 거울삼아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차라리 행운이다.
공자는 초상집에서 음식을 배부르게 먹지 않았으며 초상 날에 곡을 하였다면, 노래를 하지 않았다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읽고 사색하고 자성하는 습관이 배어 있지 않은 우리들에게 2500년을 건너 뛴 이 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한 성인의 말씀에 숙연해진다. 수신제가(修身齊家)하지 않고서는 치국(治國)할 수 없는 세상임을 두고두고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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