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도대체 이 세가지의 재료들이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영화가 전개될 것인가 의문이었다.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찾아낼 수 있는 공통점은 『중독증으로 가기 쉽다』는 점이다.
「증」으로 규정되는 것은 거의 병적인 성향을 띤다. 그것에 한번 맛들이면 통제가 어렵고 사람의 격에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감각적인 재미를 부추기고 쉽게 충족시켜 주는 대신에 인간의 영혼을 잠식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폐단이 있다. 말하자면 정신의 노폐물과도 같다.
일례로, 한가지의 거짓말을 진실처럼 위장하는 데에 일곱 개의 다른 거짓말들이 필요하다고 한다. 거짓말의 기하급수적 팽창은 가히 엽기적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에 몰두하고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낭만적이어서 좋다. 기분 좋은 몰입은 청량한 맛이 있고, 스태미너를 상승시킨다.
책의 첫 장을 열면 마지막 장에 이를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는 즐거움을 아무나 알까?
산에 오르는 이들, 달리는 이들은 또 어떠하고, 신념 때문에 순교하는 이들, 발명하고 창작하는 이들, 이런 경우의 중독이라면 자신에게 또는 남에게 기여를 한다. 그렇게 하려고 작정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플러스의 효과를 갖는다.
무엇에 나를 쏟고 있는 지 돌이켜 볼 때가 있다.
그저 밋밋하게, 게으르게 꿈틀거리고 있다면 끔찍한 일이다.
나를 잊게 해주는 무슨 건수가 없으면 정서불안에 빠진다고 해도 큰 일이다.
몰입과 단절의 조화로움, 어려운 일이지만 익숙해져야만 할 덕목이다. 그렇지 못해서 추하게 늙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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