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속에 많은 국민이 가슴을 조이던 의약분업 관련 의료계 폐업사태가 엿새만에 끝이 나고 6월 26일부터 정상진료에 들어갔다.
의약분업 실시와 함께 이제부터 적잖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고 따라서 한 동안은 병, 의원 진료현장도 안정을 찾기 힘들겠지만 우선은 진료가 이루어지는 것만도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폐업을 선언하고 진료실을 떠나있어야 했던 며칠간 아마도 전국의 의사들 마음은 어느 누구도 편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국민들의 비난의 목소리 때문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들이 의사가 되는 날 「어떤 일이 있어도 환자를 돌보는 일만은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던 약속을 일시라도 버려야 했던 마음의 아픔 때문일 것이다.
또 이 일을 겪으면서 누구보다 가슴이 아팠던 의사들은 바로 우리 가톨릭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였다고 할 수가 있다.
그것은 평소 우리의 의료활동이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재현하는 일」임을 다짐하며 생활해 왔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의료계 폐업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전국 가톨릭 의료기관 당사자들의 마음 고통과 갈등이 얼마나 컸을 것인지는 짐작이 갈 일이다.
한국 가톨릭 의료사상 이번만큼 교회 의료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안겨준 일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를 탓해서 될 일은 아니지만 의료기관들로 하여금 「교과서적」인 진료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한 우리 사회의 현실이 안타깝고 이런 사회현실 관리 능력이 부족했던 정부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다시는 제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정된 사회가 하루빨리 이룩되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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