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와 공존의 전개 속에 통일에 대한 열망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산 가족이 만나고 경제협력이 확대됨으로써 통일의 전제조건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질적 체제간의 통일은 결국 양 체제간의 국민적 합의와 일치에 의해 이루어질 성질임에 따라 범국민적 노력이 절실하다. 설사 체제간의 합의 도출에 성공했다 할지라도 국민적 합의 없는 통일은 심각한 불협화음을 야기할 수밖에 없으므로 진정한 통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통일을 앞당기고 진정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래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민족의 정체성 확립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정체성(identity)이란 국민통합 및 일치와 직결되는 목적성을 지닌 용어이다. 따라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는 민족의 정체성 형성과 직결된 국민건설(nation building)과제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이유는 국민적 일체감 조성에 의해서만 자율적 국력결집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보다 효율적인 국가건설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선거제도가 채택되고, 헌법체계를 갖춘 후 법치에 입각한 통치 및 가시적 정책으로써 국민결집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국가적 노력이 정체성 확립의 방향설정과 토대제공에 지대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면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다시 말해 내면적 결속과 이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복합적 성격을 지닌 민족문화 창달이 필연적이란 말이다.
환경과의 적응 내지 극복과정에서 얻은 민족의 제 성취 및 창조의 총화로 의사소통되고 있는 문화는 민족사회의 구조.기능적 통일체 존속을 위한 필수적 존재이다. 아울러 문화가 사회적 제 가치와 심리적 제 이해의 행태 및 사고 방식으로 구체성을 띰에 따라 인간의 속성과 품격의 이상적 척도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인간은 문화를 창조할 줄 아는 동물』이란 점을 강조함으로써 욕망에 포로가 된 동물적 행동과 즉흥적 삶의 모습을 경계하고, 가치있는 삶을 유도한다.
우리는 해방 후 본격적인 근.현대사를 창조해왔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불분명한 문화적 정체 내지 민족성을 지닌 채 방황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외국인들의 눈에는 일본인과 매우 흡사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이같은 시점에서 남북교류의 확대는 문화적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인의 사고와 행태 속에서 이미 자취를 감춘 한국적 색깔에 대한 자성론이 본격 제기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문화예술 및 전통문화 속에서 새삼 발견되는 우리 고유문화의 순수성과 밝고 건전한 품격이 이의 보급확대의 필요성이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서구의 퇴폐문화와 질적으로 성격을 달리하며, 흥겨운 가 락에 맞춘 정겨운 어울림 속에서 생활의 활력과 일체감을 제공받는다. 전통문화의 복원 및 일치노력과 더불어 보다 비중있게 다루어져야할 대목은 정신문화이다. 우리의 근세 정신문화는 다양성의 수용 속에 『하느님이 보호하사 우리 나라 만세』로 천명하고 있듯이 기독교 정신이 개회의 근거로서 중추역할을 해왔다.
분단 이후 북한은 공산주의적 주체정신이 지배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급기야 반세기의 분단사 속에서 상호 이질화 현상이 심화되고 말았다. 그러나 공산주의 교의가 북한사회에 굳게 뿌리내렸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유는 전체주의 속성이 외형을 결정시킬 뿐이라는 점과, 사람들은 기본적인 가치나 도덕적 신념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새시대 도래에 본격 대비할 시점에서 무엇보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새시대의 시민적 가치유형의 개발 및 보급이 요구된다. 남북한 체제간의 두드러진 가치의 차이는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간의 상대적 중요성에서 찾을 수 있다. 북한은 개인의 이익과 권한보다 공동체의 이익과 권한에 비중을 둔 정책수행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우리의 자유주의 개념은 개인주의적 철학에 기초하며, 개인의 이익촉진을 정부제도의 필수사항 소게 넣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우리의 통일과제는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가 상호 상반되는 가치체계간의 극단적 경쟁이 아닌 양자간의 타협추구에 있다고 본다. 즉, 개인이 공동체에서 분리될 수 없으며, 공동체는 개인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고의 틀 속에서 공동체주의에 대한 강요가 사라져야할 뿐만 아니라,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행태로 비쳐지고 있는 「자유」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방종이 통일의 엄청난 장애요인임을 계도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충실한 신앙이 통일의 원동력이며, 하느님의 계명에 충실한 삶의 실천만이 북녘 따의 「자유」에 대한 우려와 경계심을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의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하느님이 보호하는 조국건설에 참여하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