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인류사회의 가장 기초집단이며 혈육과 사랑으로 뭉쳐진 구성체이다. 따라서 분단 50여년을 이어온 이산 가족의 상봉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이요, 소중한 보화와도 같다.
며칠 있으면 북쪽의 109세 노모와 남쪽의 일흔 넘은 아들이 50년만에 상봉을 하게 된다. 한편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200명 중 26명이 북쪽 가족의 생존을 확인하고도 사망 등의 이유로 방북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오히려 찾지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라며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울먹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북쪽의 전처가 남쪽의 부인을 대상으로 혼인무효소송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북쪽에서 「월남자 가족」들은 오래 전부터 북쪽 당국에 의해 적대계층 내지 요주의 인물로 분류되어 감시를 받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지금까지 정권적 차원에서 각종 차별을 당하면서, 그리고 주민들로부터도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북쪽 주민들은 자신의 가족이 남쪽에 있음을 밝히지 않으며, 모르는 척 하는가 하면, 심지어 가족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런 월남자 가족 중 지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꿈에 그리던 가족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필자는 남쪽과 북쪽 이산가족의 만남을 기다리며 몇 가지 바램을 가져본다. 첫째, 이산가족의 만남은 순수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계속 이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산가족의 문제가 단시일 내에 해결될 수는 없겠으나, 남쪽과 북쪽에 있는 분단 1세대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오늘날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산가족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없는 현실 여건에서 교회는 어떻게 이산가족과 함께 걸어갈 수 있는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 당장 만남이 어려울 경우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에 이르는 노력으로 그들의 한이,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어질 수 있도록 이산가족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도 계속 이산가족의 아픔을 분단교회의 아픔으로 가져와야 하며, 정치성을 배제한 순수 인도주의적인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작은 불씨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피랍 사제, 수도자, 평신도의 생사확인도 이제는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셋째, 이산가족의 만남은 또 다른 새로운 아픔을 가져 올 것임을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따라서 교회는 50년만의 만남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접하게 될 새로운 아픔을 치유해 가는데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이산가족 상봉 준비, 남북 탁구 대회, 남북장관급 회담, 경의선 철도 복원, 남북 올림픽 단일팀 구성 등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변화들이 우리를 반갑게 하고 있다. 이는 분명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희년의 은총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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