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또 갈라서야 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틀이라는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또다시 기약없는 긴 이별에 몸부림쳐야 했다. 지난 50년 세월속에 켜켜히 쌓인 응어리와 반세기 생이별의 한을 눈물로 씻어내린 남북의 혈육은 다시 북으로, 남으로 발길을 돌렸다.
특히 북의 가족을 떠나보내던 2일 오전 롯데월드 호텔앞은 기약 없는 이별에 가슴을 치던 남측의 이산가족들의 눈물로 강을 이뤘다. 『할아버지 이 손주 다시만날 그날까지 꼭 기억하세요』라며 울음을 터트리던 한 초등학생이나 『오빠 가지마. 이제가면 죽기 전에 또 언제 봐』하면서 버스에 몸을 실은 오빠를 향해 절규하던 백발의 어느 할머니를 지켜보며 기자도 함께 눈물을 삼켰다.
하지만 이들은 진정 하나였다. 헤어짐의 고통은 바다보다 깊었지만 이산가족들은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고향의 봄」을 합창하며 통일된 조국에서 함께 살 수 있는 그날을 간절히 기원했다. 진정 통일의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분명 남북이산가족의 교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토대임에 틀림없다. 만남 자체를 통해 온 겨레가 통일에 대한 염원과 의지를 드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통일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벽과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자유로운 서신왕래와 상설 면회소 설치를 통해 1천만 이산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을 조금씩 치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 진정으로 북한 동포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보다 성숙된 풍토가 하루빨리 조성돼야 한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는 최근 어느 미사 강론에서 서독교회가 통일에 기여한 사례를 예로 들며 『한국 교회가 정말로 남북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조건없이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오랫동안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속에서 지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북한 동포들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이처럼 차근차근 수순을 밟아나갈 때 진정한 민족의 화합과 일치가 우리 앞에 다가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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