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정책 패키지 속에서 우리 삶의 모든 축대가 무너지고 있다. 동북아시아 뿐만 아니라 전 지구를 이 시장 지상주의가 쑥대밭을 만들고 있는 문명사적 대전환기에서 대구에서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과거를 복제할 수 없지만 창조적으로 부활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우리 교회의 내부에 있다. 대구에서 이 운동이 일어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역사적 성찰이 부족해서일까?
작년에 국채보상운동 90주년을 뜻있는 시민운동 단체와 지식인들에 의해서 기념하였고, 올해에는 대구 라운드라는 이름아래에서 국제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안중근 (토마스 아퀴나스)도 그렇듯이 국채보상운동의 선창자인 서상돈 (아오스딩)도 교회 안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교회 밖에서 이 분을 다시 21세기에 불러내고 있다.
국채보상운동이 운동내부의 약점과 모금관리의 허점, 일제의 탄압에 의하여 좌절되었고 부르주아민족운동으로서의 국채보상운동이 그 시작부터 제약성이 있다하더라도 대구에서 발기된 이 운동에 계층별, 종교별, 성별, 연령별, 지역별의 울타리를 넘어서 전국에 파급되었다는 것은 근대적인 민족의식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국채보상운동 사순절에 시작
이 운동이 1907년 1월 29일 사순절에 시작되었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안중근과 그 부인과 가족들도 이 운동에 깊이 동참하였다. 지금의 계산성당을 짓는데 기여를 한 정규옥 바오로도 마찬가지이다. 그 짧은 사순절에 전국의 각 성당과 공소신자들이 중심이 되어 국채보상운동을 편 그 역사적 종교적 의미를 다시 찾아내고,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이 전 지구촌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국채보상운동의 현실적 과제가 무엇인지를 성찰해야 하지 않는가?
또 한가지 문제는 우리 대통령이 미국에 가면 미국의 논리로 말을 하고 일본에 가면 일본의 논리로 말하고 중국에 가면 중국의 논리로 말한다는 점이다. 대통령 자신의 라운드가 없어 보인다. 현재 DJ정책의 노선이 가면 갈수록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월 스트리트쪽에 종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나는 DJ정책과 정반대 길을 갔던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에 심정적인 지지를 보내고 싶다. 대통령이 안중근의 동양 평화론이나 국채보상운동의 대구 라운드에서 한 수 배우면 어떨까? 이제 더이상 개발 독재적 대안이나 신자유주의적 대안이 우리 몸에 맞지 않다. 유러머니도 우리 돈이 아니다.
교황님이 제삼천년기의 성부의 해에서 그리고 99년 평화의 날 메시지에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가난한 국가들이 지고 있는 외채를 탕감해 주라는 말씀을 국채보상운동과 연결시키면 우리가 찾고자 하는 새로운 대안이나 구상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지금 교회가 벌이고 있는 대희년의 새날.새삶운동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너무 지엽적이고 동네 구멍가게식이다.
'서상돈 상'을 제정하면?
대구의 국채보상운동은 정부가 짊어진 외채를 국민이 갚겠다고 일어난 운동이다. 어느 세계 역사에도 없는 사건이다. 따라서 운동의 주인공들이야말로 외채 탕감을 주장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 우리 교회는 국채보상운동의 전통 위에서 세계 외채 탕감론의 대변자가 될 수 있다. 이 나라의 외채도 1천억달러가 넘지 않는가? 이 운동을 단순히 외채문제에 국한시키지 말자. 모든 피조물을 학대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탐욕의 문제와 생태계의 위기까지 포함시킬때 이 운동이 대희년운동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우리 교회에서 서상돈 상을 제정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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