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왕따'가 사회를 바로잡고 가정을 지킨다
한 여학생이 수업중 방귀를 뀌었다. 그런데 그 방귀 소리를 듣고 그냥 넘어갈수도 있었는데 친구들은 골려댔고 그후부터 무슨 냄새만 나면 그 여학생에게 '너 방귀 뀌었지?'하고 몰아 붙였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그렇게 골려대니까 점점 멀어졌고 자신이 비참해 지는 것이었다. 학교가 싫어지고 모든게 귀찮아졌다. '왕따'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한 남학생은 마음에 드는 여학생에게 쪽지를 보내려다 친구들에게 발각됐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 남학생도 '왕따'의 제물이 됐다.
'왕따'가 되는 소재도 다양하다. 앞에서 소개한 방귀, 이성간의 쪽지전달, 생김새의 특징, 버릇, 부모관계, 사소한 물건 훔치기… 등등.
그래서 '왕따'에 시달린 학생이 전국적으로 5,400명이나 된다니 놀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와같은 '집단 따돌림'이 모든 교육계의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자살까지 부르는 따돌림
소위 '왕따'라고 하는 이 '집단 따돌림' 현상은 주로 초, 중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한 학생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 고립에 고립을 거듭시키다 자살로 몰아가는 일까지 벌어져 교육계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왕따 현상은 아프리카 초원을 무대로 하는 동물의 세계에도 있다고 한다. 임팔라 사슴 무리는 표독스러운 하이에나를 막기 위해 사자와 가까이 살며 공존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자의 배고픔을 채워주기 위해 자신들 무리의 집단행동에서 한 마리를 따돌려 사자의 밥이 되게 한다. 말하자면 한 마리 '왕따'를 만듬으로써 집단이 보호를 받는 것이다. 배가 부른 동안 사자는 더 이상 임팔라를 사냥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팔라처럼 '왕따'는 집단 생활 유지를 위한 결속의 방편으로 사용한다고 어느분이 쓴 글을 신문에서 읽었다. 정말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서울의대 김모 교수가 지난 11월 병원-의사-제약회사가 결탁하여 의보 약값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책정하여 나누어 먹는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당국이 감사에 착수했다. 김교수의 비리 폭로는 사회정의를 위하여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김교수가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동료 의사들이 '같은 의사끼리 그럴 수 있느냐?'며 항의를 하고 심지어 징계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끝내 김교수는 자신을 의사 사회에서 따돌리는 저항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정직하게 살아도 '왕따'?
역시 김교수는 집단 생활 유지를 위한 결속의 방편으로 사자에게 던져지는 임팔라처럼 '왕따'가 돼버린 것이다.
어디 김교수만 '왕따'가 됐는가? 열심히 정직하게 사는 사람도 '왕따'가 된다. 어느 사무실에 버려진 담배 꽁초나 쓰레기를 보면 꼭 치우는 나이먹은 과장이 있었다. 그러나 직장 동료들은 그를 존경하지 않고 (자기들 무리처럼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으니까) '왕따'로 만들어 버렸다.
술 자리에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그렇다. 타협보다 원칙을 존중하는 사람도 그렇다. 성당에서 구역회나 레지오 주회때 또는 모임이 있을 때 묵상과 기도를 중시하고 술을 조금만 마시라는 신부님, 또는 사목위원이 있으면 그런 취급을 당하지 않는가?
우리 가정에서는 잔소리하는 아내, 야단치는 부모님을 '왕따'로 만들지 않는가?
예수님마저 '왕따'?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을 바리사이파 위선자들은 그렇게 취급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결국은 '왕따'가 세상을 이기고 사회를 바로잡고 가정을 지킨다.
따라서 우리 주변에 더 많은 '왕따'가 나와야 이 썩은 물이 맑아질 것이다.
'아름다운 왕따'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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