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이제는 대한가족계획협회의 정체를 밝혀야 할 때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대한가족계획협회는 죽음의 문화를 전염시키는 어둠의 세력이다. 사람들은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이 나라의 경제발전에 좋은 일을 많이 해왔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할 것이다. 가톨릭 신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듯이 '가족계획' (plannned parenthood)이라는 말도 좋은 말이 아니냐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1966년 세 자녀 낳기 운동, 1971년 둘 낳기 운동, 1983년 한 자녀 낳기 운동이라는 구호아래 1962년 5.16 군사정권부터 경제개발이라는 미명아래 국가가 성과 여성의 몸을 통제한 덕분에 1990년까지 약 30년동안 지구상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괄목할 만한 출산력의 감소를 경험하였다.

이를테면 1965년의 출산율이 4.9였지만 1990년에는 1.8로 떨어졌다. 2000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와서 가족계획협회가 인구억제에서 출산장려운동을 벌이는 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어두운 세력인 국제가족계획협회 45주년에 딸자랑 한마당 잔치를 1997년 11월에 열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문제시되고 있는 성비불균형으로 예상되는 사회적 문제를 은폐하려는 눈가림인데, 우리가 또 속을 것인가? 그 한 예로 최근만 하더라도 우리가 그렇게 반대하는 조기낙태제인 모닝 필 에프터를 청소년에게까지 보급하겠다는 보건복지부와 가족계획협회의 주장은 자신들의 과거 비행을 은폐하려는 책임 회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네들이 아직도 그런 증거를 대라고 되레 큰 소리 치고 있다. 국가에 충성하자고 한 일인데 그런 소리 집어 치우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우선 1970년에서부터 1993년까지 연도별 출생 성비를 살펴보면 그 음모를 알 수 있다. 가족계획사업의 목적인 경제개발을 위하여 인구증가 억제정책에만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유교문화적 아래에 놓여있는 우리나라의 강한 남아선호사상은 예상치 않은 성비불균형이라는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를 초래하게 되었고, 가히 '낙태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낙태가 성행하고 있다(여기에는 태아성감별 기술과 낙태시술을 하는 의료인들의 침묵도 한 몫을 하였다). 낙태를 통해서라도 인구억제라는 당면 목적 때문에 형법이나 모자보건법상의 규제도 유명무실화되었다. 이 문제에 관한한 사법부는 있으나 마나이다.

여성은 과연 성에서 해방되었는가?

지난 30년 동안 여성 노동력의 증가나 직업상 여성 지위의 향상을 수반하지 않은 채 다른 부분의 사회경제 발전과 더불어 출산력의 감소를 경험한 특이한 현상을 볼 때 여성의 건강은 파괴되었고 가족계획이란 이름아래 행해지고 있는 산아제한을 상품으로 규정하고, 여성의 자유의지에 관계없이 산아제한이 국가에 의해 여성억압의 한 형태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피임방법이 여성 학대적이고, 국가가 제시하는 적정 자녀수를 초과한 상태에서의 임신은 낙태로 쉽게 유도된다.

인구억제를 하기 위해서 그네들은 온갖 피임법을 39년동안 동원하였는데, 이를테면 정관수술, 난관불임수술, 자궁내장치시술, 경구피임약, 콘돔, 페미돔, 미니램, 최근에는 모닝 필 에프터까지 국제가족계획협회(IPPE), 유엔 인구활동기금(UNFPA), UNICEF, 미국불임협회, 미국인구협회, G7, UNCED 등의 원조금을 받아 이 짓을 계속하고 있다. 백인 원조국가들은 제3세계의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서 원조라는 명목으로 정치적 음모와 문화적 재조작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까지도 이것을 "생명을 거역하는 음모"라고 규정하였다. 지금부터 31년전에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회칙 '인간 생명'을 통하여 산아 조절의 인공적 방법의 중대한 결과를 예언하셨고, 선진세계로부터 개발도상국가들에 대한 피임기구들과 낙태와 단종술의 대량 수술은 지역의 도덕적 전통에 직접적으로 위배된데도 불구하고 달러를 원조하는 예비조건으로 빈번하게 제시된다. 얄팍한 가면을 쓴 인구 전쟁이다. 뿐만 아니라 피임 테크놀로지의 후계자인 낙태, 안락사, 시험관 수정, 이혼, 성병, 클로닝, 유전자 조작, 배아에 대한 실험 등에서 성과 출산능력과 결혼자체의 목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질시켜 왔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우리 교회는 침묵하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올바른 산아조절에 관한 회칙 "인간 생명"을 교회가 제대로 가르칠 것인가? 낙태한 여성에게 성사만 주면 되는 것인가? 생명의 성역인 가정이 죽음의 문화에 지배되어도 우리가 가만히 있다면 침묵의 절규를 외면한 공범자가 아닐까?

1994년 10월 26일, 형법개정안 제135조 폐지를 위하여 반대 시위를 국회 의사당 앞에서 하였다. 이제 다음 차례는 대한가족계획협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