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모두는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실업자가 이미 160만명을 넘어섰고 조만간 200만명에 달할 지경이다. 그들에게 딸린 식구 까지 합치면 400만~500만명의 국민이 실의와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도 어렵게 살아왔다. 보릿고개를 겪었고 6.25전쟁을 치르며 60년대까지는 모두 굶주리고 제대로 살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지도자들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잘 이겨나갈 것이라고 낙관한다. 물론 우리가 어려움을 이겨낼 수는 있지만 6.25때의 어려움과 현재의 어려움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과거와 현재의 어려움의 차이
6.25 이후 우리의 어려움은 모든 국민이 다같이 겪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잘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가용이 없고, 해외나들이를 못하고, 골프도 못하고… 등등, 못사는 사람하고 별 차이가 없었다. 즉 못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덜했다. 그러나, IMF시대에서는 그 상황이 딴판이다. 오히려 빈부의 격차가 더 심해졌다. 그래서 잘사는 사람의 주머니에는 돈이 더 넘쳐흐르고 반면에 못사는 사람들은 끼니를 걱정하고 학업을 중단해야 하며 가정이 파탄난다.
칼 맑스, 레닌이 경고하는 자본주의의 병폐가 한국에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본주의의 병폐 즉 빈부의 심한 격차는 부자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두어서 이를 빈자에게 나누어주는 소위 복지제도가 상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복지제도가 너무 미흡했고 지금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물론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어서 구호대상자에게는 정부에서 식량과 근소한 생활비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중겭着荷?IMF시대로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었고 이들은 구호대상자의 리스트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체면상 동회에 가서 구호대상자로 등록하여 정부의 보조를 받지 않을 것이다.
정리한다면 IMF시대에는 고학력의 빈곤층이 급증하고 또 많은 국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서 국민적 차원에서 곤란한 시대를 이겨나가는데 큰 장애가 된다.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국민간의 공감대가 깨지고 계층간의 불신이 심화하며 반사회적 행동이 급증한다. 최근에 서울 도처에서 발생한 방화사건도 IMF시대가 몰고 온 경제적 궁핍, 상대적 박탈감 등의 패러다임에서 해석할 수 있다.
어떻게 도울 것인가?
구호 대상자 그리고 빈곤층을 위해서는 정부가 식량 권을 무상으로 배부하여 그들의 생계를 돕고 자녀들에게는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고학력실업자들에게는 새로운 형식의 도움을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그들에게는 당장의 구호식량보다는 좌절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는 용기를 심어주어야 한다. 이들은 빈곤층, 낮은 학력의 비전문직과는 달리 마음만 가다듬으면 스스로 직장을 구하고 벤쳐사업을 벌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고학력 실직겧慊毓?집단이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것은 아니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자포자기하며 엉뚱한 환상을 쫓는다.
최근에 경마장에 고학력실업자들이 대거 몰려들고 하루의 이들이 경마장에 출입하는 것은 잘못된 희망을 품고 좌절을 잘못된 방향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좌절과 희망의 차이
IMF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은 정신적인 자세에 달려있다. IMF 시련을 자기를 굳세게 다지는 좋은 기회로 보고 더욱 더 폭 넓게 자기의 능력과 기술을 개발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IMF시대가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실직자나 미취업자가 이렇게 굳은 각오를 세우기는 어렵다. 주위의 친구들, 가족들 특히 부인과 자녀들이 용기를 주杵?한다. 실직한 가장 그리고 취업하지 못한 대졸자들을 가족들이 쌀쌀맞게 대하고 핀잔만 주면 그들은 더욱 더 위축해서 자기개발, 취업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고 포장마차나 경마장에 상주할 것이다. 반면에 가족들이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주고 애정으로 감싸면 그들은 인동초처럼 자라날 것이다.
지역사회나 성당에서도 실직자,미취업자에 대해서 각별한 애정을 베풀어야 한다. 신부님이 강론에서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실직한 신자들에게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아울러 실직한 가장을 아내가 그리고 자식들이 어떻게 감싸주어야 할지, 그리고 실직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가족들이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IMF시대에서 성당이 할 역할은 너무 크다. 가난하고 버림받은 신자들을 물질적으로 돕는 일에서부터 실의에 빠진 사람을 정신적으로 무장시키는 일까지 끝간데 없이 무수히 많다. 그러나 성당에서 가장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은 신자들에게 낙관적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일찍부터 가난하고 병든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베푸셨는데 이러한 주님의 역사(役事)가 우리 성당에서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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