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은 거의 10년마다 한번씩 찾아온다. 우리는 1992년 다미선교회가 휴거론을 전파시켜서 많은 사람들이 이에 현혹되어 큰 불행을 겪은바 있다. 그로부터 채 10년이 되지 않아서 아직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변종의 종말론이 싹트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금년이나 내년쯤에 다시 한번 우리사회에 종말론이 대두될 것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다음의 세가지에서 이다.
첫째, 올해가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지구의 종말의 해이다. 그는 「제세기」에서 다음과 같이 지구의 종말을 예고했다. 『1999의 해, 일곱 번째의 달에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모아의 대왕을 부활시키려고 그 전후의 기간에 마르스는 행복의 이름으로 지배하려 하리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는 각국에서 여러 가지의 해석판이 나왔지만 위의 구절 중 첫 구절에 대한 해석은 거의 일치한다. 즉 1999년 7월에 하늘로부터 큰 재앙이 있을 것이다라는 해석이다.
둘째는 금년이 1999년으로서 2000년으로 꺾이는 해이기 때문에 컴퓨터가 2000년의 년호를 잘못 입력하는 과정에서 지구 대혼란이 올 것이라는 소위 Y2K의 종말의 해이다. 이 종말론은 앞의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보다는 더 설득력이 있고 과학적 타당성이 있다. 컴퓨터는 1999년도까지의 년호 입력은 문제가 없지만 2000년의 기호 입력시에 큰 착오를 범하기 쉬운데 그렇게 되면 항공기, 은행, 미사일 등등에서 오작동이 발생하여 큰 혼란이 예상된다. 그에 따라 미국에서는 몇 년전부터 Y2K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인력과 경비를 투입해 왔다. 그에 비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비책이 소홀하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2000년 1월부터 4일까지 모든 금융기관에서 공휴일을 가져 Y2K문제로 발생하는 혼란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셋째, 지금 한국민은 IMF사태로 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가 허무맹랑한 종말론에 심취하는 심리학적 이유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인내하기가 어려울 때 현실도피수단으로 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즉 종말론을 심취하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이 세상이 망해 버렸으면』하는 지구종말의 욕구가 내재해 있다. 그런데 개인의 현실이 너무 비참하면 비참할수록 그의 현실도피심리가 더욱 고조되어 그는 종말론에 쉽게 포로가 된다.
종말론의 대책방안
요즈음 우리의 종말론은 과거와 달리 더 현대화하고 지능화 했다. 비디오화면에 핵전쟁에 관한 장면, 북한의 군사훈련장면을 계속 틀어놓고 신도들에게 세뇌교육을 시키고 불안감을 조성한다. 또, 피라미드식으로 신도를 모집하게 해서 일단 종말론 교주의 마수에 걸리게 되면 그들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까지 모두가 파멸에 이르게 되는 불행을 겪는다.
종말론은 허위이기 때문에 그것이 불발로 끝난 경우에 많은 사람들이 집단자살극을 벌릴 가능성이 있다. 즉 많은 종말론 신도들이 교주의 꾀임에 넘어가 이미 직장을 사직하고 전재산을 교주에게 헌납했기 때문에 종말론이 허위로 판명되는 경우 신자들은 사면초가에 빠지게 되고 결국 자살을 하게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종말론신도들은 자신만이 종말론을 믿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흔히 가족·친구까지 끌어들인다. 이것은 종말론교주가 강압적으로 요구해서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적지않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가족을 끌어들인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이 믿는 종말론을 더욱 타당한 것으로 믿고싶기 때문이다. 즉 종말론신자들은 자기 혼자서 이를 신봉하기보다는 가족 또는 친구들이 이에 가세할 때 더욱 안도감을 갖는다. 따라서 종말론이 불발될 경우 애초에 이를 신봉했던 사람, 즉 친구·가족을 끌어들인 장본인은 더욱 더 죄책감을 갖게되어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
종말론자들은 날짜를 정해놓아 신자로 하여금 조급한 생각을 갖게 하고 마치 도박자의 심리상황으로 몰고 간다. 도박꾼은 잃으면 잃을수록 본전을 찾기 위해 도박에 더 매달리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 재산을 종말론 교회에 헌납한 사람은 주위사람이 이를 아무리 말려도 들여놓은 발을 빼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또 일단 종말론에 빠진 사람은 그것을 부정하는 현상보다는 그것을 지지하는 현상에 더 몰두한다. 예컨대 현재 유고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상황은 유럽 지역의 국지전임에 틀림없는데에도 불구하고 종말론자들은 이를 3차 세계대전의 징조라고 간주한다. 즉 애매모호한 상황을 모두 종말론과 연관시켜 해석하는 사람들이 종말론자들의 특징이다.
우리의 현재의 여러 가지 시대적·경제적 환경은 종말론이 발아할 아주 좋은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종교계, 언론, 그리고 정부가 나서서 종말론의 허구성과 Y2K에 대한 우리의 철저한 대비책을 선전하고 종말론에 관한 각종 세미나와 홍보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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