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 읽는 요셉 피퍼의 책 가운데 '사랑하는 자만이 노래를 부른다' 고 하는 소책자가 있다. 책 머리에 나오듯 이 제목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Cantare amantis est」를 옮긴 말이다.
숲이 우거진 곳에서 들려오는 새 소리는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부분 구애(求愛)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연인들의 눈길이 부드러운 것처럼 연인들의 음성은 달콤하다. 눈길과 음성에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도심 한복판에 사시는 한 신부님의 응접실 테이블 위에는 커다란 돌 대야 하나가 놓여있고 거기서는 언제나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낮에는 소음에 가려 거의 듣기 어렵지만 밤이 되면 낮에 들리지 않던 소리들까지 모여와 제법 크게 졸졸졸거리며 노래를 부른다.
관상 수도자들이나 피정 중인 사람들에게 있어서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침묵이다. 그 침묵은 그저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음성을(자기 자신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 듣기 위한 것이다.
즉 침묵은 소극적인 소음(消音)의 행위가 아니라 적극적인 청음(聽音)의 행위인 것이다. 침묵 속에서는 이해에 얽혀있거나 분노에 찬 소리들은 가라앉고 오직 사랑이 담긴 정갈한 목소리들만이 떠오른다.
우리가 피정을 하면서 늘 경험하는 바이지만 처음 며칠간은 침묵을 지키기가 몹시 힘들다. 침묵은 늘 자기만을 이야기하던 교만에서 벗어나 참을성있게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겸손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귀가 참다운 순명을 몸에 익혔을 때 우리의 입은 그때야 비로소 나지막이 찬미와 감사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주님을 찬미하라, 그분의 자비는 깊고 그 사랑은 영원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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