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오월은 가고, 검푸른 기백과 청심을 담은 신록의 계절을 맞고 있다. 이름난 산과 바다의 유혹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자연의 유혹에 넘어갔다고 탓할 사람은 없다. 물론 지나쳐서는 안되겠지만 긍정적 효과가 많은 것만은 틀림없다. 특히 하느님의 권능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권장할 만하다. 그러나 주일미사 시 목격되는 썰렁한 모습은 세파의 영향에 의해 조성된 우선 순위 파괴라는데 심히 유감스럽다. 이렇게 세상에는 긍정적 유혹이 있는 반면 부정적 유혹이 있고, 긍정적 유혹도 판단과 한계를 요하기에 이성과 가치문제를 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혹은 감당할 수 없는 흡입력과 파괴력을 지닌다. 때문에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진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극히 양심적이며 정상적인 생활을 몸소함으로써 세상을 구하려한 분들도 많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움으로써 세파의 흐름을 바로잡고 싶은 것이다. 유혹의 강도와 평신도의 신분을 기준으로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전쟁과 평화」로 잘 알려진 귀족 출신의 대문호 톨스토이이다. 톨스토이가 본 전쟁의 승리는 전투를 지휘한 장군의 역량이 아니라 진정 다수 사병들의 노고에 의한 결과적 산물이었다. 「기독교적 무정부주의자」였던 그는 당시 지도층의 사회착취와 억압으로부터 사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본능적 유혹을 버리고 집안 청소를 비롯하여, 자신의 먹거리를 손수 경작하며 평민과 똑같이 살았다. 지금도 그가 잠들어 있는 야스나야 뽈랴나를 찾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대문호답지 않게 극히 작은 관만이 지상 위에 노출된 당시 서민들의 무덤과 동일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그리스도 신앙인의 삶은 일반인들과 구별된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5∼6년 전 최고 권력기관을 관장하다 부총리를 지낸 바 있으신 김로벨토님은 주변 사람들 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숨기고 밤에 분도 수도원에서 조용히 가족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장남 결혼식을 치른 것이다. 그리고 가정법원장과 사법연수원장에 이어 선거관리위원을 지낸 있는 김베드로님은 술과 여인이 함께 하는 권력형 연회의 그릇된 잘못을 바로잡으로써 우리가 지켜야할 행동지침을 가르치셨다. 이런 지도자 분들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밝은 모습, 친절하고 예의바른 자세, 사욕을 버림으로써 드러나는 잔잔한 평화의 면모, 그리고 민중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려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성인들이시다.
교회는 구체적 귀감 대상으로 성인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모든 이가 성인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성인은 한없는 영광의 반열에 오르신 분들이지만 자신들에게 불어닥친 유혹을 단호히 뿌리치고 소박하게 정진하여 모범된 삶을 드러낸 분들이다. 희망적 사실은 우리 모두가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며, 거창한 공적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신앙을 증거하며 바른 길로 인도는 사람이 바로 성인이 되는 길이란 사실이다. 성인의 길은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남의 행복에 기여하는 삶이기에 사회적 구원과 직결되는 뜻있는 삶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당면과제는 정의구현을 통한 국민통합과 경제문제 해결을 포함한 평화적 남북통일을 실현하는 일이다. 이들을 해결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그릇된 유혹의 배제의지와 이를 지켜낼 수 있는 청빈집단의 발굴이다. 우리가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고 독립된 주권 확립 및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소명의식과 절제된 생활태도를 보이고 이끌 수 있는 집단이 바로 우리라는 공감대 형성, 그리고 우리가 기필코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의 충만을 기대한다. 이는 보다 역동적인 교회의 모습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교회의 가르침에 의해 형성된 신념의 실천적 증거에 해당되는 일이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진리를 먹고산다. 자타가 공인하는 민중의 선각자로서 결코 현실의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혼돈의 질서를 바로잡고, 국민적 통합에 솔선하며, 위기의 경제상황에 남다른 절제력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한 실천적 사항으로써 부르짖고 싶은 대목은 주일미사에 우선권을 부여하자는 권고, 무분별한 배회를 자제하고, 불필요한 차량운행을 삼가하는 등 수출입 역조개선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국가의 독립과 자주성 확립에 나서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희생정신 발휘로 갈등구조를 개선함은 물론, 잘못된 행위의 지적과 함께 교육의지 발휘로 우리 사회를 구원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우리는 구원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강조하면서, 우리 앞의 성인이신 성직 및 수도자들을 적극 본받고 따르는 가운데 영생을 얻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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