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2천년 첫 화해주간은 눈물의 강이었다. 만남의 감격, 다시 헤어지는 생이별, 혈육을 가슴에 묻은채 세상 뜬 부모 형제를 그리는 회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만져보고 안아보고 불러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반백년의 그리움을 확인하는 기쁨이 슬픔인 순간들. 다음은 자기 차례이기를 기다리는, 이번에 만나지 못한 7만8천여 가족의 안타까운, 반세기의 회한이 절절하게 응어리진 애절한 기다림. 평양에서, 서울에서 해후하는 장면을 보고 또 보며 함께 울고 환호하는 겨레의 눈물이 어울어져 한반도를 적셨다. 시인 화가 학자 장관급 인사 등 서울에 온 분들은 엘리트들이었고 우리 이웃 아저씨 할아버지들 이었다.
20년 함께 살고 50년 헤어져 있어 너무 많이 달라 졌으면 어떡하나 긴장했다가 옛날 그대로여서 안심 했다는 고백이 어찌 그분만의 것일까. 그리도 그리던 아들을 만나자 말을 꺼내지 못하고 호흡곤란에 이른 구십노모의 모정, 반백년만에 찾아온 아들을 몰라보는 치매부친의 비극, 못만나는줄 알았던 병석의 구십노모와 노인아들의 절규와 병원에서의 만남이 어찌 그들 개인만의 일이겠는가. 살아있음의 가치를 극명하게 증거하는 가족의 자유로운 왕래만은 속히 이루어져야한다. 우리는 「뜨거운 정서」「분별없는 정」을 특성으로 가진 눈물 많고 사랑 많은 민족이 아닌가.
그리고 의사없는 병원에서 순간을 다투는 위급한 환자들이 방치되어 또 다른 이 땅의 가족들을 울부짖게 한 것이 첫 화해주간의 서울이었다. 살아있음의 막중한 신비앞에서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 그들 전문인의 자존의식을 배려하지 못한 당국은 좀더 지혜로워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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