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떠나면 다시 돌아올 때가 있고 버드나무 시들면 다시 푸르를 날 있건만 우리의 날들은 왜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나? 나에게 주어진 날들은 몇 날이나 되는가? 묵묵히 헤아려 보면 마치 바늘 끝에 매달린 물방울이 방울방울 바다에 떨어지듯 나의 세월은 점점 텅비어 가고 있네.
가고 오는 가운데에서도 어찌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손을 씻을 때에는 시간이 세숫대야 위로 지나가고 가만히 있을 때에도 시간은 두 눈앞으로 지나간다. 나는 얼굴을 가리고 탄식하지만 또 다른 하루의 그림자는 탄식하는 사이에 번쩍이며 지나가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우리의 시간을 훔쳐간 것일까? 그는 누구일까? 나의 시간은 스스로 도망갔을까? 그것들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중국어 교과서에 나온 글이다.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세월은 소리 없이 흘러가고 낙엽을 밟으며 발걸음을 총총히 옮기노라면 내 발걸음보다 저만치 앞서 가는 세월을 본다. 친구가 과수원에서 종일 따 가지고 자동차에 가득 싣고 온 빨간 사과들을 바구니에 담아 나르면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본다.
벌써 우리의 만남이 33년을 넘다니! 여고 시절 깔깔대며 해운대를 뛰어다닌 게 엊그제 같은데 막내딸 수능 시험을 걱정하는 늙은 엄마로 변해있다. 그때는 자장면 곱빼기도 제까닥이었는데 왜 지금은 그 맛이 안 날까?
우리의 날들은 소리 없이 지나가지만 하느님의 날들은 기쁨과 사랑을 싣고 슬그머니 다가온다. 어제의 우정이 아름다웠듯이 변함없는 우리의 마음은 미래를 향하여 있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우리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친구일 것이다. 귀엣말을 소곤대며 신랑자랑에 자식 자랑에 나중에는 손주 자랑도 푸짐하겠지? 나의 삶에 가끔씩 나타나 청량제가 되어 주는 벗이 있으니 어찌 아니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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