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부터 5월 14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린 아시아 특별 주교시노드에 한국교회 대표 일원으로 참석한 대구대교구장 이문희대주교가 시노드 참가기를 보내왔다. 보도 기사를 통해서는 감지할 수 없었던 화기 넘치는 회의장 분위기와 교부들 사이에서 공감되는 회의 성과 등 정감어린 이야기들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아시아는 역시 크다
아시아 주교 대의원 대회에서 처음부터 쉽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시아는 넓고 크다는 것이었다. 예루살렘으로부터 시베리아까지의 넓은 땅에 민족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많은 사람(세계 인구의 3분의 2) 가운데 사는 주교들이 성청의 추기경들과 또 각 대륙대표들과 함께 모였으니 주교들 각각이 다르다는 것은 회의장에 들어서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한분이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 그의 사랑과 봉사로 사람들이 생명을 열고 풍성히 얻게 하시는 분」(아시아 시노드의 주제)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고 또 그것을 위한 시노드인 것이다.
교황님은 회의때마다 나오시고 노구에 떨리는 손과 지팡이를 짚으시는 모습을 보면 매일같이 나오시지 않아도 되실텐데 쉬시라고 하고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거의 모든 참석자들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교황님이 가운데 계시고, 계실 뿐 아니라 참으로 함께 계시는 것을 주교들은 모두 마음깊이 느끼고 있었다. 입장하실 때나 퇴장하실 때 한마디 말씀을 건네시는 모습은 노령의 추기경들과 주교들까지 모두를 참으로 어린 아이들로 만들어 놓으시고 다만 한 할아버지 앞에 모인 손자들일 뿐 아니라 참으로 사랑이 통하는 그런 사이의 진한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하셨다.
초등학교 교실 분위기
회의가 시작되고 날이 갈수록 회의장의 모든이는 초등학교 교실안의 친구들처럼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고 참석자 하나하나의 발언을 들으면 그것이 꼭 자기의 말처럼 각자가 생각하게 되는 것을 느끼면서 모두가 일치 가운데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것은 성령께서 함께 계심을 말없이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이 일치가 교회인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시노드는 충분한 보람을 준 것이 아닐까?
주교들이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들을 모아서 여기서 해결책을 얻어가는 것이 이 회의의 목적으로 아는 사람은 26일간의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교회가 성령의 인도로 그리스도의 길을 가는 것이 그 존재이유라면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것이며 회의동안에도 그렇게 살고 회의가 끝나도 그렇게 살게 된다면 그보다 더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주교들은 모든 이야기를 했고 또 모두가 들었으며 그 가운데 모두가 사랑과 기쁨과 평화와 희망을 느꼈다는 것은 참말인 것이다. 문제의 해결이 없었는데 기쁨과 희망을 가졌다면 전연 해결이 안된 답답함은 아닌 것이다. 하느님은 함께 계시고 교회가, 형제가 함께 살고 있는 현장이기 때문에 해결책은 없을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이 신망애 삼덕에 사는 사도들의 후계자들의 삶안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