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태양이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던 8월 초이튿날 가톨릭 회관에 자리잡은 「평화 화랑」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동방 이콘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이해를 돕고자 마련된 강좌 시간에 160여명의 사람들이 일시에 모여들었던 것입니다.
일찍 오신 분들은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하여 애초에 화랑 내에서 강좌를 가지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3층 넓은 강당으로 옮겨야만 했었습니다. 무엇이 이분들을 이렇게 목마르게 했던 것일까요? 한국 사람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 되어 있던 것입니다.
국립 현대 미술관이나 사설 미술관들 그리고 크고 작은 화랑들은 매학기 강좌를 개설하고 특별 전시를 하며 그룹 지어 외국 미술관으로 탐방하러 다닙니다. 그 많은 일반 해외 여행 일정표들에도 예외 없이 미술관과 박물관 관람이 들어있고, 이탈리아 하면 바티칸 미술관은 꼭 끼어있습니다.
또한 젊은이들의 배낭 여행도 그렇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보존되어 있는 서방의 미술품들이 현대 미술을 제외하면 거의 종교 미술품들이며 상당수가 그리스도교 미술임은 다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사정은 어떠한가요? 한국의 크고 작은 박물관과 일반 미술관에서 우리 성미술품은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중곡동에 위치한 천주교 중앙 협의회 안에 자그마한 미술관이 있어 우리 가톨릭 미술인들의 작품이 일부 소장 전시되고 있으나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1920년대부터 우리나라 성상과 성화가 제작된 바 있으며, 해방 이후 우리나라 미술 대회에서 많은 미술인들이 배출되었고, 그중에 신자 미술인이 많이 있어 30여년 전부터 가톨릭 미술가회를 조직하여 매년 전시회를 열고 모임을 하며 성미술 토착화를 위하여 성상, 성물을 제작하였고, 교회 건축에도 참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이 그러한 성 미술품을 손쉽게 만나기는 어려운 노릇입니다. 쉽게 가서 만날 수 있는 장소에 성 미술품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마련되지 못한 까닭입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성당이나 가톨릭 미술인들의 전시회에서 성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있지만 교회와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성 미술은 멀고도 먼 곳에 있습니다.
성 미술품 미술관은 이러한 일반인을 교회와 만나게 할 수 있습니다. 문화를 통한 적극적인 선교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박물관에는 자칫 흩어져 버리고 말 많은 교회 관련 미술품들을 영구보존 시킬 수 있습니다.
좋은 성 미술품은 가톨릭 신자들 뿐 아니라 타종교인이나 비신자들도 모두 즐겁게 감상하는 분야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교회는 성미술을 통한 선교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미술분야에 예산을 책정하여 미술인들을 지원함은 물론이고 미술품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하여야 할 때가 왔습니다.
우리 미술가들이 만드는 성 미술품들은 앞으로 소중하게 남을 한국의 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가톨릭 선교에 큰 몫을 할 게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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