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자락에 자리한 조그만 마을에 사는 함양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 임진희양은 지난 8월 대통령께 편지를 보냈다. 편지의 내용은 지리산에 들어설 댐을 막아달라는 것이다. 댐건설로 인해 마을이 물에 잠기면 오순도순 정답게 모여 살던 이웃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야 하고, 친구도 학교도 잃게 될 것이며, 정든 계곡 에서 물놀이도 즐길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할아버지는 대를 물려 가꾸어온 조상님의 산소에 성묘도 할 수 없게 됐다며 밤잠을 설치신다고 했다. 정부는 750만 부산시민과 동부경남권 주민들의 식수난 해결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 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최선인가? 자연훼손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가? 인류의 과학문명이 아무리 앞선다해도 자연의 완벽한 조화를 따를 수는 없다. 댐건설로 인해 당분간 식수난이 해결될지는 몰라도 자연상태의 변화로 인해 야기될 환경재난에 대해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자기 편리만 생각하는 인간들, 문득 '장자' 에서 읽은 일화 한 토막이 생각난다.
공자(孔子)의 제자 자공(子貢)이 길을 가다가 한 농부를 만났다. 그는 땅에 굴을 파고 우물에 들어가 항아리 가득 물을 채워들고 나와 밭에 끼얹고 있었다. 그 일은 힘은 많이 들지만 공은 적어 보였다. 이를 본 자공이 그 농부에게 기계를 사용하면 힘은 적게 들고 공은 많아진다고 충고했다. 노인이 대답하길, "기계가 있으면 반드시 기계를 쓸 일이 생기고, 기계를 쓸 일이 생기면 반드시 기계를 쓰려는 마음이 생기오. 그런 마음이 가슴속에 차 있으면 순진결백한 마음이 없어지고, 순진결백한 마음이 없어지면 정신과 성정이 불안정하게 되어 도(道)가 깃들지 않게 되는 법이오. 내가 쓸 줄을 몰라 그러는 게 아니고 부끄러 워서 하지 않는 것이오"했다.
이와 같이 편리에 의지하는 마음을 일러 장자(莊子)는 기심(機心)이라고 했다. 편리에 맛들이면 거기서 벗어 나기란 쉽지 않다. 기심(機心)에 젖어 현대를 사는 우리는 우리 자신이 타고난 자연성을 잃어버리는 데 대해 부끄러움조차 느낄 줄 모른다. 지리산에 댐을 건설하려는 계획 역시 기심(機心)에 굴복한 안일한 선택이다. 잠시의 편리를 위해서 민족의 한과 역사를 간직한 산에 감히 물길을 막고 시멘트를 버무려넣을 생각을 하느냐고 호통치는 어느 노인의 준엄한 꾸지람 이 귀에 쟁쟁하다. 하느님의 창조이래 자연의 품에 안겨 살아온 인류, 대자연의 생명을 끊고도 존속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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