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게도 야구 해설가가 되고 싶은 적이 있었다. 대학초년생때 잠시 가졌던 '객기어린' 꿈이었다.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을 가면서 시작된 야구관전에 대한 관심이 대학으로까지 이어졌는데 당시 고등학교 야구는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듯한 이른바 '전성시대'였다.
봉황기 청룡기 황금사자기 대통령기, 그리고 고교야구선수권대회 등등 매년 치뤄지는 갖가지 고교야구대회는 그당시로서는 최대 볼거리중에 하나였다. 실업야구에 이어 프로야구가 탄생하기전까지 고교야구는 '동대문 구장'을 함성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에 충분한 인기를 누렸다.
여학생의 경우 거의 공짜 입장이 가능했던 당시 분위기속에서 여성 야구해설가의 꿈은 '튀는 꿈'이 분명했다. 야구 관전때마다 입버릇처럼 튀어나온 나의 야구해설가 타령은 4학년,졸업,그리고 지금의 직업을 택하면서 어느덧 기억저편속으로 밀려가 있었다. 최근 당시 나의 튀는 꿈을 기억하고 있던 한 친구의 발언으로 되살아 나기 전까지는….
그 친구는 그때 내가 계속 그 꿈을 키웠더라면 지금쯤은 한명의 유명한 야구해설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을 것이라고 단언을 했다. 아직도 여성 야구해설가가 한명도 없는 우리 체육계의 풍토에서 보면 만일 내 꿈이 실현되었더라면 나는 한국체육사상 '특별한 역사'를 기록하는 인물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로 '경쟁력' 얘기다. 당시나 지금이나 여성 야구해설가가 한명도 없다는 현실은 그 자체가 엄청난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쟁자가 없다는 것, 그것이 바로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쩔수 없는 경쟁시대다. 태아 성 감별등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경쟁은 유치원을 거쳐 초 중 고등학교와 대학,그리고 직장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이 경쟁은 지나치게 단조롭고 획일적이다. 70~80년대에 비해 다양화 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목적이 뚜렷한 대학진출이 아니라 대학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학문적 추구와 완성, 기초 기술 습득과 전문화 등으로 구분되는 선진 각국의 학교제도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더구나 우리는 선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나라다. 작디 작은 국토,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과 인구 등 독하고 강한 정신력과 끈기외에는 내세울 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국가 경쟁력을 키워가기위해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자원을 창출하는 일이다. 우리만의 자원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도 훌륭한 자원이다. 우리의 역사와 전통 문화는 결코 남이 흉내 낼수가 없는 우리만의 것이다. 이제는 고전적인 얘기가 되었지만 우리는 지난 십수년간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임을 절감하며 살았다.
더구나 새로운 천년기를 바로 눈앞에 둔 지금은 경쟁력 없는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여러가지 조짐들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치 않아도 우리는 벌써부터 참으로 다양한 종교들이 난무하는, 종교의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고있다.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탄탄한 기성종교의 많은(?) 신자들이 사이비종교, 유사종교가 내뻗는 손길에 쉽사리 자신을 넘기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다행히 지난 수년간 잃은양 찾기,새로운 양 찾기, 그리고 가두선교 등 기존의 우리 교회 정서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선교 방법들이 계속 개발되고 확산되고 있다. 그것은 우리 교회 역시 경쟁시대에 경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어차피 무한 경쟁시대, 그 사회속에서 우리 교회는 살고있다. 우리 모든 신자들은 신앙이라는 옷을 입은 신앙의 모델들인 셈이다. 모델의 사명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최대로 표출하는 것이다.
우리 각자가 신앙이라는 옷을 아릅답고 근사하게 그리고 멋있게 입어내는 최고의 모델이 될 수 있을때 구매력이 커질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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