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버지에게서 나왔다가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인생
교회의 전례기도는 99%가 아버지께 바치는 기도다. '전능하신 하느님' '주 하느님' 등은 다 아버지를 가리킨다. 예수와 성령께 많이 기도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수와 성령께 바치는 기도도 최종적으로 아버지께 바쳐지게 된다. 신학적으로 엄밀히 말해서, 기도는 '아버지를 향하여' '예수와 함께' '성령으로 인하여' 바쳐지는 것이다. 기도란, "예수와 함께, 자녀다운 마음으로, 성령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아버지를 '아빠, 아버지'라 부르는 행위"인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
이 삼위일체께 대한 기도의 자세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이기도 하다. 우리는 인생의 길을 '아버지를 향하여' '예수와 함께' '성령으로 말미암아' 걸어간다. 아버지는 우리 인생의 '최종 목적'이시고 예수는 우리 인생의 '동반자'이시며 성령은 우리 인생의 원동력이신 것이다. 우리는 예수의 손을 잡고 예수와 모든 활동, 고통, 기쁨을 서로 나누면서 성령의 힘으로 아버지께 도달하려고 매일 매순간 살아간다.
"나는 아버지의 품에서 나왔다가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간다" 이 말을 자주 자신에게 던지면서 사는 것이 좋다. "나는 언젠가 아버지에게로 나와서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잠시 이 세상에서 살았다가, 언젠가 죽어서 다시 아버지께로 돌아간다" 이 생각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인생을 좀더 깊이 생각하게 하고 좀더 신중히 행동하게 한다. 이 생각은 우리의 인생이란 과연 무엇이며, 무슨 의미와 가치와 목적을 지니는 지를 상기시켜 준다.
언젠가 교리로 배웠던 하느님도 아니고, 머리로 생각하는 하느님도 아닌, 나의 생활에 밀접히 맺어진 하느님을 찾아야 한다. 기도할 때 체험하는 아버지도 소중하지만, 매일 매순간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깊이 스며드신 아버지를 체험해야 한다. 신앙은 성당에서 기도할 때 체험하는 것 뿐만 아니라 나의 실생활과 일상생활에서 매순간 체험하는 것이 아니면 별로 뜻이 없을 것이다. 개념 상의 하느님이 아니라, 세상과 내 안에 생생하게 살아계시고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해야 한다.
내 인생에 있어서 좥아버지좦는?
아버지는 과연 나에게 어떤 분이실까? 아버지는 나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 분이신가? 아버지는 나의 삶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이신가? 아버지가 나의 삶 안에 점점 커지시고 더욱더 나를 장악하시고 점령하시는 대로, 내가 점점 작아지고 더욱더 아버지께 나를 맡겨드리고 양도하는 것이 신앙과 영성과 성화(聖化)의 성장이다.
이리하여 아버지가 원하시는 대로 행동하고, 명령하시는 대로 순종하고, 시키시는 대로 따르고, 아버지의 뜻과 소망이 그대로 나의 뜻과 소망이 되며, 마침내 아버지가 나의 생활의 중심이 되고 나의 생명의 전부가 되는 것-이것이 완덕인 것이다. '완덕'이라고 하면 무언가 대단한 것과 같이 느껴지지만, 적어도 완덕을 향해서 나아가려는 의욕을 가지고, 매일의 작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버지는 우주만물의 원천
아버지는 삼위일체의 외아들과 성령의 원천이실 뿐만 아니라, 우주만물의 원천이시다. 나도 아버지를 원천으로 하여 아버지에게서 나왔다. 원천이신 아버지는 나의 시작 일 뿐만 아니라, 나의 생명의 마지막까지 매순간 나를 지탱하시는 원천이시다. 아버지는 또한 외아들과 성령의 목적일 뿐만 아니라, 우주만물의 목적이시다. 나도 아버지를 목적으로 하여 언젠가 아버지께 도달할 것이다. 목적이신 아버지는 나의 마지막 순간 뿐만 아니라, 나의 시작부터 매순간 내 안에 점점 실현되시고 나를 이끄시는 목적이신 것이다.
생각, 행동 주관하시는 아버지
나의 원천이시자 목적이신 아버지는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깊이 스며드시며 이를 주관하시고 이끄신다. 나는 아버지의 보살핌없이 일순간도 생각할 수 없고 행동할 수 없다. 마치 바닷 속의 물고기가 끊임없이 물을 마셔 사는 것처럼, 나는 아버지란 커다란 바닷 속에서 끊임없이 아버지를 들이마시며 산다. 마치 내가 공기로 둘러싸여 공기를 들이마시며 살듯이, 나는 아버지란 공기로 완전히 둘러싸여 아버지를 끊임없이 숨쉬며 산다.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숨쉬고 움직이며 살아간다" (사도 17, 28)
"당신 생각을 벗어나 어디로 도망치리이까…당신은 오장육부 만들어 주시고 어머니 뱃속에 나를 빚어 주시니 내가 있다는 놀라움, 하신 일의 놀라움, 이 모든 신비를 그저 당신께 감사합니다" (시편 139, 7-4)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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