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가톨릭교회는 루터교와 함께 '의화(義化)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 공동선언은 지난 450여년간 계속되어온 가톨릭과 루터교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그리스도교 일치에 새 장을 마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일치를 향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움직임은 루터교를 포함한 개신교, 동방교회, 영국 성공회 등 이른바 같은 하느님을 믿는 그리스도교 전반에 걸쳐 어렵사리, 그러나 꾸준히 전개되어 왔다.
3천년대 진입을 바로 1년 앞둔 현재 세계 그리스도교 입장에서 보면 그리스도교의 일치 움직임은 모든 면에서 상당히 진일보 했음을 알수가 있다. 2천년대 초두에 시작된 그리스도교의 분열이 2천년대 말,그리고 3천년대를 바라보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대화와 일치의 물꼬를 트고 있는 셈인 것이다.
세계 가톨릭교회의 총 본산인 로마 교황청에는 여러가지 기구들이 있다. 에드워드 캐시디 추기경이 의장으로 있는 교황청 좥일치 평의회좦 역시 교황청의 많은 기구중 하나다. 이 일치 평의회를 중심으로 교회는 지난 수세기동안 갈라진 형제들과 하나가 되기위한 시도들을 어렵사리 전개해 왔다.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발표한 교서 '제3천년기'에서 교황은 일치가 '성령의 선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교황은 대희년 준비에 있어 일치를 위한 노력이 갖는 중요성을 역설하고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원하신 일치를 저해한 죄악들에 대해 더 깊은 참회와 회개의 실천이 요구된다"고 밝힌바 있다.
그뿐이 아니다. 엄청난 노력이 요구되는 일치의 도정에서 교리 문제들에 대한 대화뿐만 아니라 기도를 권고한 교황은 이미 여러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또 공식적이 모임을 통해 "대희년이 일치의 한 마당이 될 것"을 희망한 바 있다. 즉 2천년에 모든 그리스도교 교회들이 예루살렘에서 만날것, 즉 대희년 축제에 모든 그리스도교 형제들을 초대한 것이다.
일치를 향한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이 원의가 어떤 방법으로 어느만큼 그리고 언제 이뤄질지는 정말 미지수다. 교황 수위권을 비롯, 여성 사제, 사제 독신제 등 각 종파가 일치점을 찾기까지는 풀어가야할 숙제들이 아직도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절과 결별, 상호파문등 대결국면속에서 미움과 질시로 일관해온 수세기의 상황에서 보면 일치를 향한 그리스도교의 노력을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종교가 갖고있는 속성과 본질에서 볼때 그것은 분명 지루하고 힘겨운 도전이고 그만큼 일치를 이루기 위한 걸음들은 당연히 무거울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교회의 그리스도교 일치노력, 그 현주소가 열악한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교회의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은 가톨릭과 개신교의 젊은 신학자들의 좥연구모임좦등이 활발했던 60년대와 민주화를 향해 함께 행동했던 70~80년대에 비해 오히려 퇴보하고 있음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서를 공동으로 번역하고 공동으로 신구약 성서를 출간한 한국교회 70년대의 결실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일치노력의 결실이었다. 종파간의 이해관계 등으로 얽혀 이 공동번역서가 현재 개신교 측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도 말이다.
7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의 일치운동은 민주화를 추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꽃을 피우기도 했다. 정의구현 인권신장등 교회가 갖는 공동의 목표가 교회일치를 추구하는 한 방향으로 그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추구가 과연 교회 일치라는 원대한 목표속에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어져 왔고 추진되었는가는 의문으로 남는다. 현재 우리 한국교회의 일치운동은 제자리는 커녕 후퇴라는 길을 걸어가고 있음이 이를 입증해 주고있다.
최근 북녘 돕기라는 커다란 숙제를 중심으로 한국교회가 공동으로 힘을 모으고 있는 모습은 교회일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 열어주고 있다고 하겠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또는 본당이나 단체등 교회 공동체가 어려운 이웃을 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하는 모습 역시 일치라는 숙제를 풀기위한 기초작업이라 여겨진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 작은 노력들을 교회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풀기 어려운 숙제라면 쉬운것부터 찾아 나가는게 순서일 것이다. 함께 사랑하다 보면 일치를 찾는 방법도 보일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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