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한 유수 TV에서 ‘통일’이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물을 제작 방영, 많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먼나라 이야기 혹은 아주 멀고 먼 미래의 이야기 쯤으로 회자되던 통일문제가 TV에서 이렇듯 구체적으로, 본격적으로 다뤄진 적은 아마도 없지 않았나 생각된다.
불과 1~2년전까지만 해도 통일문제는 아무나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은밀하고’ ‘엄청난’ 과제였다. 물론 보다 훨씬 전에는 긍정적인 내용이건 아니건 간에 주제 자체가 터부시 되던 때도 있었다. 허가된 소수의 사람들외에 ‘진짜 보통 사람들’이 논의 하기에는 크고 작은 부담이 반드시 따라다녔고 사상성 시비도 그 부담중의 하나였다.
다큐 ‘통일’이 몇가지 문제속에서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그 내용의 구체성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의 통일 관련 기획물이 거의 대부분 막연함속에서 상상의 소산물로 그려낼수 밖에 없었다면 이번의 통일 다큐는 상황 설정이 우선 현실적이다.
이 가상 드라마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부분은 물론 가정과 학교 직장 등에서 통일과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상황과 문제들을 끄집어내어 던져주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 남이 아닌 바로 내가 있다는 토대를 설정,현실감을 더해준 것이다.
통일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가 이산가족이나 몇 명이나 일부 특정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모두의 것이라는 현실감은 참으로 중요하다. 통일 과정에서의 주체가 우리 자신이어야 하듯 통일후 겪어야할 여러가지 문제의 중심에 우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통일의 형식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 문제는 달라질 수가 있다. 또 통일은 아직도 요원한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국제상황과 북한의 동향으로 볼 때 통일문제는 뒤로 미뤄두어도 될 만한 숙제가 아니라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바로 그런 관점에서 이제 우리는 통일에 대한 접근을 현실적 시각으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일후 문제를 현실감있게 받아들이고 해결하기 위해 귀순 탈북자 대처 문제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수년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귀순 탈북자 문제야말로 통일 한국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단편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탈북자 문제는 일부 종교단체나 자선단체가 임시 방편적으로 맡아 처리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야만 할것이다. 종교단체나 자선 단체들은 국가적 정책을 지원하고 협조하는 지원부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60년대 관련법 제정이후 귀순 탈북자 모두를 포함해도 아직 1,000여명이 채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90년대 이후 식량난으로 남쪽을 찾은 사람도 불과 349명 (전체 탈북자의 5%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최근 일부 탈북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는 우리의 탈북자 정책에 문제와 한계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나아가 그것은 통일문제 접근과 연구에 있어 우리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수 없다.
북한문제를 정권유지 차원에서 활용하던 때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이제는 다양한 정보와 접근으로 북한을 바로 알고 통일문제를 거론하는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까지 어떤 목적으로든지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이 수천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북한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 못한다면 이들의 방북경험이라도 중요한 자료로 원용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듯 북한을 다녀올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라도 ‘잘 만 꿰면’ 보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 통일 논의는 은밀하게만 다뤄져야할 주제가 아닌 것은 드러난 사실이다. 정보의 경중에 따라, 정보를 나눌 필요가 있는 사람끼리 가능하다면 정보를 나눌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주춤거리는 사이 통일을 위한 준비의 시간은 저만치 사라져만 가고있다.
남과 북의 하나됨, 민족의 통일은 결코 닥치면 해 낼 수 있는 ‘꿈같은’ 일이나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남과 북이 모두 죽을 수도 또 함께 살 수도 있는 ‘현실’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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