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문제 즉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쟁이나 자연재해를 능가할 만큼 실로 엄청나다. 개인의 사소한 데이터의 손실에서부터 우발적 전쟁, 금융 마비, 통신과 교통 마비, 단수나 단전, 원전 폭발, 의료사고 등 공공의 안녕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데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에 대한 대비에 소요되는 비용도 가히 천문학적이다.
물론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넘어서는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문제의 실체와 규모를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 우리 교회는 어떤가. 물론 교회 안에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들의 용도를 생각하면 공공의 안녕을 해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자들의 인적 사항이나 각종 성사 자료, 통계와 회계 자료 등에 혼란이 생길 경우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력과 재정이 소요될 것이며 매우 성가신 작업이 요구될 것임은 분명하다.
Y2K의 문제는 실제로 얼마전 한 교구에서 발생했다. 이 교구에서 사용하는 본당 관리 프로그램에서 ‘99버그’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어렵지 않게 문제는 해결됐지만 교회도 Y2K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제 새로 전산화를 실시했거나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교구, 본당은 대부분 새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최신 기종의 하드웨어를 구입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또 여러 본당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본당 관리 프로그램 등의 경우에는 개발자 차원에서 버그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에 비교적 해결이 용이하다.
하지만 재정과 인력면에서 여력이 없는 교구나 본당의 경우 하위 기종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예가 많고 이런 컴퓨터에서 버그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개인이나 재정이 열악한 사회복지시설, 소규모 기관·단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들 중에는 이런 하위 기종이 많아 상대적으로 버그 발생 확률이 높다.
복구보다는 대비와 예방이 손쉬운 것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교회 역시 귀한 자료들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혼란을 피하며 불필요한 인력과 재정 낭비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미리 점검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인력과 전문성을 갖춘 교구나 기관, 단체는 전산화에 미비한 교구나 본당이 이러한 문제에 적절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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