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이 성부께로부터 파견되신 것과 같이 사도들을 온 세상에 파견하셨다(요한 20, 21). 사도직에 불린 평신도들은 복음의 선포와 인간 성화에 힘쓰며,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키고, 그리스도의 명백한 증인이 되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평신도 사도직 2항 참조). 그러므로 선교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권고나 권장하시는, 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그런 사업이 아니라, 명령하시는 과업으로서 신자들의 의무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이 명시된 과제이고 명령이며 의무인 선교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반성할 때가 되었다. 왜냐하면 내년이면 2000년 대희년이기 때문이다. 2000년 대희년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2000번째 생일이다. 우리는 부모님의 칠순, 팔순이나 금혼식, 그리고 신부님의 은경축, 금경축을 위해 그분들이 기뻐하실 것을 준비한다. 그것은 자손이 번창하고, 형제간 우애가 돈독하며, 부모의 말씀을 실행하는 일일 것이다.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2000번째 맞는 생일에 하느님도 기뻐하시고 우리도 기뻐할 일들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이 세상 끝까지 모든 사람에게 전하고, 복음을 실천하며, 우리의 잘못을 회개하고 쇄신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첫번째, 우리는 복음을 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1987년 신자수 약 231만명 때 영세자는 17만 5천여명이었으나 10년 뒤인 1997년에는 신자수 367만명으로 135만명이 증가하였음에도 영세자는 14만 1천여명으로 오히려 3만 4천여명이 감소하였고, 신자대 세례자 비율은 5.8%에서 2.8%로 반 이상 감소하였다. 바꾸어 예를 든다면 1987년에는 신자 13명이 1년에 한 사람을 영세 입교시킨 데 반해 1997년에는 신자 36명이 1년에 한 사람을 입교시켰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우리는 복음을 실천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판공성사를 보는 신자가 전체 신자의 30%에 불과하고 냉담자는 30%에 이른다. 혼인하는 신자 가운데 반 수 이상이 혼인성사나 관면혼배를 받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은 매일 기도하고 주일미사에 열심히 참례하는 등, 외형적인 교회의 규칙은 잘 이행하는 신자 가운데에 사회생활에서는 비신자나 냉담자와 다름없이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도, 가르침도 따르지 않으면서 2000년에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우리도 참으로 기쁜 대희년이 될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할 일은 주일학교 교육을 비롯하여 청소년, 예비자, 사도직 단체, 사목위원, 신자 재교육 등을 제도화하고 교육내용을 사회생활과 연관되는 내용으로 혁신하고, 획기적인 투자도 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회개와 쇄신이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쳐 성당 안에서만의 신자가 아니라 이 세상에 복음정신을 침투시키고 그리스도의 명백한 증인이 되어야 한다.
세째는 신자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선생님이 선생다웁고, 학생이 학생다우며, 군인이 군인다워야 하듯이 신자다운 신자의 본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끝으로 교회에 진언하는 것으로 획기적인 본당의 증설이다. 한 본당에 신자수 3천여명 이상일 때 본당신부의 사목적인 지도는 사실상 어려워 신앙생활은 신자들 자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신자에게 사목적인 지도가 필요하다면 사제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대폭적으로 본당을 증설하여야 할 것이다.
서울대교구장께서도 1999년 사목교서에서 신자들은 기도하고 선교에 열의를 가지며, 길 잃은 양을 찾고, 영세한 신자들의 지도와 가난한 이웃을 위한 교회의 관심을 가질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계신다. 이제까지 우리의 선교사명과 신앙생활에 대한 회개로 모든 신자가 쇄신되어 이웃과 하느님과 화해하며 하느님도 기뻐하시고 우리도 기쁜 대희년을 맞이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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