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2월 7일에 반포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은 "교회에 위임된 세주의(Redemptoris Missio)은 아직 완수되지 아니하였다"고 천명하면서 첫항을 연다.
선교열 약화는 신앙 약화
"강생 후 제2천년대가 마감되는 현재에도 인류 전체의 현상은 이 사명이 시작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을 "선교열의 약화"로 보는 이는 "신앙 약화의 표지"라고 지적, 선교적 복음화의 필요성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가톨릭 신자들은 '선교'라는 말보다는 '전교'라는 말에 더 익숙하다. '전교'라는 말도 결과적인 면에서 틀린 말은 아니나, '복음선포'라든가 '영원한 진리의 증거'라는 사명이 드러나지 않는다.
교회는 복음 전하는 주님의 도구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되신 예수님은 "때가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으라" (마르 1, 15)고 하시며 당신의 구원사명을 시작하셨다. 교회는 가난하고, 묶이고, 눈멀고 억눌린 사람들에게 복음인 하느님 나라를(루가 4, 18참조) 몸소 보여주신 그리스도의 사명을 이어 받아 이행하는 도구이다.
교회의 선교사명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 16, 15)는 보편적 사명 때문에 '만민들에게로' (AdGemes) 개방되어 있다. 외방 선교사의 도움으로 오늘에 이르른 우리가 복음 선포대상을 우리나라 우리민족의 범주에서 맴돌고 외방 선교와 외방 선교사 양성에 인색해서는안된다.
회칙은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이 이념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다원화된 사회에 살면서 "예수 그리스도는 그리스도교인들만의 구세주"라는 오류에 걸려 넘어지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종교와의 문화적 갈등과 공산주의 이념과의 충돌을 겪고 있는 아시아 주교대의원회는 종교적 우월주의에 빠져 타종교와의 대화를 무작정 거부했던 과거 배타적인 교회의 선교자세를 버리고 그리스도교 보편적 진리를 말보다 사랑과 봉사를 통한 삶으로 증거할 것을 다짐했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선교사명 빛나
선교의 주역은 성령이시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의 구세주로 내어주신 성모님의 모성적인 역할에서 교회의 선교사명이 빛난다. 성령강림으로 시작된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는 본성적으로 성모님처럼 그리스도의 사명을 이행해야 할 선교 공동체임을 말해준다.
신앙은 '줌'으로써 견고해져
오늘날 가톨릭 신자들 중에 많은 수가 복음의 진리에 깊히 맛들이지 못하고 성사적인 은총에만 의존한 채 '선교'의 의무를 잊고 있다. '선교'와 '신앙'은 육신과 영혼의 관계와 같다. 선교하지 않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실천없는 믿음으로 그 활력소를 잃게 된다. "신앙을 줌으로써 신앙이 견고해진다"는 회칙의 가르침을 몸소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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