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3월5일 정오 서울대교구 보좌 최창무주교를 승계권을 지닌 광주대교구 부교구장 대주교(Coadjutor Archbishop)로 임명했다. 지난해 11월 군종교구장 정명조주교가 승계권을 지닌 부산교구 부교구장 주교로 임명받은지 4개월만의 경사다.
먼저 새로운 대주교님을 맞이한 광주대교구민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새로이 임명되신 부교구장 대주교가 그동안 학자로서 주교로서 쌓아온 경륜과 경험들은 62년 광주대교구 역사를 새롭게 발전시키고 도약시킬 적임자임을 믿기 때문이다.
최창무대주교는 독일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가톨릭대학 학장과 총장을 역임하신 학자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주교로서 고위성직자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북한교회를 사목적 목적으로 방문했던 분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이들이 이같은 외적인 조건을 갖춘 분으로서 보다 시골공소 출신으로서 가난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최대주교님이야 말로 신앙적으로 '빛고을' 광주지역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같은 기대는 교회내 각계각층의 반응들을 통해 드러난다. '서울과 지방이 하나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반응에서부터 "한국 주교회의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대희년을 맞는 한국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주문까지 다양하다. 지금 광주교구민들은 윤공희대주교가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아쉬움 속에서도 부교구장 대주교가 부임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윤공희대주교님의 지향을 받들고 계승하는 가운데 신자들과 의논하면서 하느님 안에서 주교로서의 뜻을 이루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최창무대주교의 첫 말씀은 더욱 더 마음든든함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 최창무대주교의 광주대교구 부교구장 임명 소식은 광주대교구 만의 기쁨이 아니라 참으로 한국교회 전체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정명조주교의 부산교구 부교구장 임명 5개월전 청주교구장이셨던 정진석주교의 서울대교구장 임명으로부터 시작된 새 교구장들의 탄생 행렬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20세기와 21세기, 그리고 1000년대와 2000년대를 동시에 살아가는 역사의 목격증인들인 우리 모두의 기쁨이 되고 있다.
순교의 피로 얼룩졌던 전반기 1백년을 바탕으로 탄탄한 교세성장기를 이어온 후반기 1백년, 도합 2백여년의 한국교회 역사는 이제 새로이 3백년대에 돌입하고 있다. 새술을 새부대에 담으시려는 절대자의 손길에 따라 우리는 새 교구장들의 연이은 탄생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성부의 해를 살아가며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하는 한국교회 모든 신자들에게 내려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의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당신 명령을 지금 이땅에 구체적으로 펼쳐보이시겠다는 섭리로 받아들여진다.
이제 우리는 한국교회 3개 관구중 하나인 광주대교구의 교구장직을 이어받을 최창무대주교의 무거운 십자가를 나눠지자는 마음가짐으로 기도해야 한다. 교구를 초월해 너와 나 우리 모두가 한국교회의 숙제를 다함께 풀어가겠다는 결심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교회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대희년의 현실화'를 실천해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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