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으로 1년중 가장 의미 깊은 성주간을 맞았다. 사제가 붉은 색 제의를 입고 수난 복음을 장엄하게 봉독하는 오늘 주님 수난 성지주일부터 성 토요일까지 부활 대축일 직전 주간인 성 주간을 맞이한 것이다. 성주간은 메시아로서의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으로 시작하여 수난하시는 주님을 기억하고 부활하시는 구세주에게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 설정됐다.
성주간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단식과 기도와 자선의 시기이며, 예비신자들에게는 세례준비의 시기이고, 참회자들에게는 화해 준비의 사순시기를 마무리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순시기는 보속을 통해서 신자들로 하여금 여느 때보다 더 큰 열성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에 전념하면서 파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하게 한다. 우리는 그동안 지난 2월17일 재의 수요일부터 세례준비 기간이자 예수 부활대축일을 준비하는 사순시기를 살아왔다.
그리스도가 성부의 뜻을 따르기 위해 수난과 죽음을 겪었고, 이로 인해 부활과 성부 오른 편에 앉는 영광을 받게 되었듯이, 우리 역시 우리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할 때 그분의 영광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가르침에 따라 단식과 기도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20세기 마지막 사순절을 마무리하는 이번 성주간을 보다 의미있게 지내야 한다. 2백71일 앞으로 다가온 2000년 대희년을 올바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리스도는 성부의 뜻에 온전히 자신을 온전히 맡기셨으므로 그리스도의 추종자임을 자처하는 우리 역시 우리의 눈과 마음을 하느님께 돌려야 한다는 것이 사순절의 의미이자 대희년 준비 셋째 해인 올해 목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순 시기 동안 우리가 실천해온 단식은 '자선과 연계되지 않을 때는 가치가 없다'는 것이 교부들의 가르침이다. 가난한 이를 돕는,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사순절의 정신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항상 실천해야 하는 덕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지나간 사순시기는 신자들에게 세속 것을 끊고 하느님만을 바라보라는 세례의 정신을 일깨우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받은 세례의 의무를 다시 되새겨 보도록 한 시기였 다. 올해 좥성부의 해좦 목표도 이같은 사순절의 실천덕목을 더욱 충실하게 살아가라는 요청임을 명심해야 한다. 고해성사를 열심히 보라는 것도 함께 기억토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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