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사태로 인해 삶의 터전을 등지고 떠나는 난민들의 수가 100만을 육박하고 있다. 제이미 셰이 나토 대변인은 4월 4일 하루동안 4만4천명이 코소보를 탈출해 나토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5일까지 발생한 난민수는 약 39만명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해 이후 코소보 난민 수는 거의 100만에 육박하고 있다. 금세기는 가히 '난민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전 이후 세계는 오히려 더 많은 국지적인 인종, 종교, 민족 분쟁에 휩싸여 수천만의 난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낮선 땅을 떠돌고 있다.
나토의 공습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은 찬반이 갈려 있다. 유고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에 대한 가혹행위, 소위 '인종청소'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써 택한 무력이 정당하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폭력은 결코 폭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공습의 중지를 누차 요청했으며 부활담화를 통해서 참혹하게 유린된 코소보에서 "잔혹한 보복과 형제간의 싸움이 도대체 언제나 끝날 것인가" 하고 침통한 어조로 개탄했다. 교회는 유고 정부의 무죄한 이들에 대한 학살 행위나 인종청소에 대해 묵인하자는 것도, 나토의 공습에 대해 그 정치적 의미를 평가하자는 것도 아니다. 폭력의 끝없는 악순환은 반드시 끊어져야 하며 차디찬 산과 들로 쫓겨난 100만 난민들이 한끼 식량과 잠자리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4월초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의장 코르데스 대주교를 알바니아 난민 캠프로 파견해 구호성금을 전달했다. 교황은 대주교를 통해 "아이들과 어머니들, 그리고 노인들을 만나서 그들에게 교황이 여러분과 함께 있으며 여러분의 땅에 평화가 다시 찾아올 때까지 함께 머물겠다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현재 현지에서는 열흘 내지 2주 내로 기근 사태가 발생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럴 경우 대규모 기아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긴급구호가 전달되지 못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부활담화에서 "평화는 의무"임을 강조하면서 "연대에는 국경이 없다"며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코소보 형제들의 슬픔을 외면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앞으로 코소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으나 당분간 더욱 악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들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어줄 마음의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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