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북녘형제와 '국수나누기' 운동을 다시금 새로운 각오로 전개해나가기로 했다. 부활 제3주일부터 시작되는 국수나누기 운동에 모든 신자들이 자기 형편대로 한사람도 빠짐없이 참여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은 남북한 모두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남한에서는 이미 실업자수가 200만을 헤아리며 북한에서는 많게는 300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희생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기아사태는 금세기말 최악의 상황이다. 현재 코소보에서는 나토의 공습과 유고슬라비아의 인종청소가 진행 중이다. 세계 언론은 학살되는 알바니아인들의 비참한 상황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한국 언론도 이들의 비극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에서는 이보다도 더 참혹한 굶주림의 비극이 일상사로 자리잡고 있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한 어린이들이 일명 '꽃제비'라는 이름으로 국경을 떠돌고 있으며 탈북자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남한도 위기라는 점에는 마찬가지이다. 가차없이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칼날은 멀쩡하게 넥타이 메고 직장을 나서던 수많은 가장들을 졸지에 거리로 내몰았다. 경기가 조금씩 호전되는 기미를 보인다고 백화점 매출이 늘고 해외여행을 나서는 사람들이 눈치를 덜 보게 되었지만 아직도 우리가 지나야 할 터널은 멀고 어둡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의 형제들을 위한 약간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해야 할 것이다. 냉면 한그릇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4000원이면 북한 동포들은 한달의 식량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한달 월급의 아주 작은 몫인 0.2%의 돈을 매달 북한 동포들을 위해 사용한다면 북한의 기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북한의 기아에 허덕이는 주민들을 위해 세계 각국의 구호기구들이 많은 성금을 모아 직접 간접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도 동포들을 위해 상당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수나누기에 직접 참여한 사람은 2만6천여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교회의 신자수는 이미 300만을 크게 넘었다.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은 가진 돈이 많거나 적거나에 관계 없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한 두명의 독지가가 수억씩 기탁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며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국수나누기 운동은 전 국민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여해야 하는 민족화해의 운동이다. 생명을 살리는 생명운동이며 정의를 실천하는 운동이다. 무엇보다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는 통일운동이다. 우리의 작은 희생이 내 이웃으로, 사회로 온 나라로 확산됨으로써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염원해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