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는 한국교회가 깊은 위기감에 싸여있던 시기이다. 70년대와 80년대 고도의 교세 성장과 교황 방한 등 매머드급 행사 개최로 대사회적으로 높은 지명도를 지니고 있었던 한국 천주교회는 90년대부터 침체 일로에 접어들었다.
복음화 성장률은 계속해서 내리막길인 반면 전체 신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냉담자 수는 꾸준하게 늘어나 주일미사 참여자수와 맞먹을 정도로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아 개선될 여지가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 발표된 1998년도 한국 천주교회 통계는 2천년 대희년을 앞둔 한국 천주교회의 선교 전망에 매우 희망적인 지표를 던져주었다. 90년대 들어 처음으로 복음화 성장률이 0.3%로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희망적인 조짐은 통계의 곳곳에서 발견됐다. 냉담자 증가율도 떨어졌고 신학생수도 늘어났으며 수도 성소자의 수도 대폭 늘어났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새로 세례를 받은 영세자의 증가율이 전년에 비해 무려 11배나 높아졌다는 것이다. 경이적인 일이다.
이러한 선교의 청신호는 98년도 한해동안 한국 천주교회의 활동을 잠시만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98년은 그야말로 전통적으로 선교에 수동적이었던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선교 전선에 발벗고 나선 해이다. '새로운 양 찾기'', ''잃은 양 찾기'라는 이름으로 인천에서 처음 시작된 본당 단위의 대규모 선교운동은 한번의 영세식에 1000여명에 가까운 입교자를 배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고 그 성과에 고무된 타 교구와 타 본당으로 급속하게 확산됐다. 여기에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선교가 활성화됐고 가두선교가 찾아나서는 선교로 자리잡았다. 각 교구에서는 사목교서를 통해 선교에 대한 의지를 다졌고 조직 개편 등으로 이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98년 통계에서 나타난 성과는 바로 이처럼 범교회적으로 확산된 선교의 열기에 힘입은 바 크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자 개개인이 얻어낸 엄청난 잠재력과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다. 선교의 활성화를 통해 얻은 성과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활동들이 바로 모든 신자 개개인의 신앙 자세와 삶의 태도, 근본적인 선교 자세의 확립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난해의 성과는 2000년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성당에 앉아서 선교가 안되는 것을 탓하기에 앞서 과연 내가 신앙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선교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묵상하고 적극적인 선교활동의 자세를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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