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은 교회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되새기고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다짐하기 위해 제정한 제19회 인권주일이다. 오늘날 인권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욱 소중한 가치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인정받고 있다. 이제 적어도 과거 독재 정권 치하에서처럼 개인의 인권이 짓밟히는 야만적인 사례는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개인은 전보다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권리가 침해될 때 다양한 수단을 통해 훼손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한다. 하지만 물리적이고 야만적인 인권 침해는 줄어들었지만 오늘날 인간의 존엄성은 더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 개연성이 존재한다. 그것은 더욱 교묘한 형태로 부지불식 중에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인권주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지적했듯 『인간 존엄성의 핵심은 인간을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 사회와 세태를 돌아보면 그러한 존귀한 가치가 너무나 쉽게 손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온 낙태 문제가 그러하다. 감히 누가 남의 생명을 그리 쉽게 빼앗아도 좋다고 하는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죄의식도 없이 생명을 앗아간다. 사형제도의 야만성도 마찬가지이다.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실증적인 검증도 확고하지 않으며 근본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인간의 판단으로 앗아가는 것이 사형제도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암울한 미래의 전망도 인간 존엄성을 크게 위협한다. 생명공학의 발달은 인간 복제의 가능성을 내다 보게 한다. 세계화를 화두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극도의 이기적인 경제 시스템은 나라와 나라 사이, 집단과 집단 사이, 그리고 개인과 개인 사이에 결코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부의 불평등을 양산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문제들이 앞으로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 것인지 결코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 천년의 첫 인권 주일을 맞은 교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인권의 수호를 위해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만사의 중심에 인간의 존엄성이 자리잡아야 한다. 모든 정부 정책의 밑바탕에는 인간 존중의 이념이 뿌리를 내려야 할 것이며 과학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풍요의 중심에도 인간이 서 있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인권 수호를 중요한 가르침으로 제시하고 실천해온 교회는 더욱 적극적으로 인간 존중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