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가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는 「쇄신과 화해」를 발표했다. 그와 함께 각 교구의 주교좌 성당에서는 12월 3일 일제히 참회미사를 봉헌하고 역사와 민족 앞에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는 예식을 거행한다.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한때 「제 탓이요」운동을 펼쳐 교회 안팎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한국교회의 과거사 반성 역시 그 정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을 겸허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역사적인 용서 청원을 발했을 때 비록 일부에서는 그 강도가 미흡하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일일이 적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교회의 용서 청원인「쇄신과 화해」역시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명기하지 않음으로써 일견 미흡하다는 평가가 내려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교황의 용서 청원에 대해 전세계는 그 용기와 취지에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각국 교회에서 유사한 형태의 용서 청원이 속속 발표됐다. 한국교회의 용서 청원 역시 교황의 선례에 크게 자극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하느님 앞에, 그리고 역사와 민족 앞에 무릎을 꿇고 겸허하게 우리의 양심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주교좌 성당에 거행되는 참회 예식에 영적으로 동참하면서 우리의 개인사에 있어서 참회할 것은 없는지, 우리 가정이나 내가 속한 공동체, 나아가 사회와 국가 안에서 과연 나 자신은 성찰할 것이 없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진지한 양심 성찰의 결과로 잘못한 일이 발견되면 우선 나 스스로에게, 나아가 내가 잘못함으로써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잘못을 고백하고 「제 탓이요」하며 가슴을 쳐야 할 것이다. 그것은 내 잘못을 들춰내 허물로 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기 위한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물론 이번 참회 예식으로 모든 것을 이룬 것은 아니다. 참회와 회개가 쇄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노력과 각오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참회를 넘어서는 더욱 진솔하고 겸허한 회개와 쇄신의 노력이 앞으로 더욱 배가되기를 우리 스스로 다짐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한국교회의 이러한 몸짓이 타종교들이나 비그리스도인 들에게도 하나의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 교황의 죄 고백이 다른 이들의 고백을 이끌어내듯이 우리들의 고백이 우리모두의 고백으로 이어지고 저마다 '제 탓이요' 를 뇌이며 스스로의 가슴을 침으로써 모두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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