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는 주일학교에 같이 다니던 친구고 쟤는 작년에도 같이 캠프 갔었는데…』
지난 6월30일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씨랜드 수련원 화재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서울 강동교육청을 찾은 아이들은 영정으로 자신들의 앞에 선 친구들의 모습에 연신 주먹으로 눈을 훔쳐댔다. 멋모르는 아이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는 어른들의 얼굴에서는 단지 아는 이를 잃었다는 아픔이나 슬픔보다는 분함, 나아가 적개심마저 내비치고 있었다.
『국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이 업자와 결탁해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가지고 놀았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유족들의 눈물 섞인 말은 우리 마음에 은연 중에 자리잡고 있는 개인주의를 아프게 질타하는 듯했다. 특히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여버린 어린이들 중에는 1명의 신자와 4명의 예비신자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주일학교 친구 사이로 유치원 체험학습에 들뜬 마음으로 따라 나섰던 류연수양 김도현(리노)군 최송이양은 같은 일곱살 또래로 문정동본당의 꿈나무였으며 같은 방에서 자다 함께 변을 당한 허수나양도 올 여름부터 신자인 엄마 손을 잡고 주일학교에 나갈 생각에 부풀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듣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또 여섯살 난 김혜지양은 같은 방에서 잠들었던 친구들 모두가 빠져 나온 방을 미처 나서지 못해 화마에 휩쓸려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부모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식당일을 하면서도 어렵게 딸을 수련원에 보냈던 혜지양의 엄마 원완숙(스콜라스티카)씨는 『아이의 죽음 후에도 자신의 책임을 통감할 줄 모르고 버젓이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학원 원장에게 아이의 미래를 잠시나마 맡겼던 게 억울할 뿐』이라며 분개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다녀간 분향소는 개인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를 질타하는 장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불에 덴 동심, 그리고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 유족들을 추스를 수 있는 교회의 다독거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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