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놀러오라고 다정하게 당부하시던 모습이 어제 같은 데 벌써 가셨습니까?
선생님은 참으로 순순하게 살아오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선생님께 공적 명칭으로 전관대우를 할려고 해도 적당한 말이 없습니다.
경북대학교 문리대 학장을 잠시 역임하셨을 뿐 관직을 싫어하시고 자유주의자로 살아오셨습니다.
선생님께는 선생님이란 호칭이 적절합니다.
선생님은 순수하게 살아오셨습니다.
어느날 선생님을 방문하였을 때,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요즘 가톨릭 신자는 성당에 가면 신자가 되고 학교에 가면 신자가 아닌 선생이나 학생이 되고 사회에 나오면 양보가 없는 무한 경쟁자가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신자가 되어야 합니다.
선생님은 이와같은 강한 신념으로 살아오셨고 선생님 주변에 모든 것은 이런 신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주택의 마루는 수녀원의 마루처럼 항상 깨끗하게 닦는다고 하셨습니다. 청결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정신도 깨끗해진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절묘한 수사술로 괴테의 '파우스트' 를 번역하셨습니다.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다작은 아니어도 선생님께서는 미발표 수필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그중 하나를 읽었던 일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글이 좋아서 2-3개월마다 그 책을 찾아 읽어 보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그 밖에도 구라사업 등 많은 사회사업을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교회에 큰 일꾼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체없이 선생님의 뜻을 받들고자 노력할 생각입니다.
우리 선생님은 많은 일을 하셨으니 이제는 편안히 쉬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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